지난 5월 27일에서 6월 3일까지 열린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는 <#나는페미니스트입니다>라는 오픈토크가 열렸습니다. 언니네트워크의 난새가 패널로 참여하여 트위터에서 열광적 반응을 받았던 페미니스트 선언이 어떤 의미였는지, 지금의 여성혐오와 앞으로의 대응들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다음은 오픈토크 자체 속기 중 발췌한 내용입니다.]손희정 : 의미화하는 일이 지금부터 해야 할 일이다. 비판하고 성찰하면서 나아가려는 진영이 아니라 폄하하려는 진영의 논리에 따라서 평가하는 건 막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근본적인 고민은, 다시 선언하라고 한다면 일상의 아주 구체적인 변화를 통해서 봉기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선언에 동참한다고 말할 것이다. 익명 뒤에 숨을 수 있기 때문에 솔직할 수 있고 가시화할 수 있는데 그 익명의 존재들이 어떻게 사회를 바꿀 수 있을까. 입금이 연대라는 것도 일종의 자위가 아닌가. 입금만 하면서 내가 사회를 바꾸고 있다는 위안을 누리는 게 아닌가. 정말로 입금이 연대인가? 라는 의문이 든다. 좋아요 한 번 누르고 그런 것이 가능성이긴 하지만 더 나아간 가능성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난새 : 이게 처음이 아니라는 거다. 언니네트워크에서는 2006년부터 꼬매고 싶은 입이라고 여성비하발언을 하는 공직자들을 주타겟으로 발언들을 알리고 문제제기 했지만 그들 중 누가 어떻게 되었나? 최연희는 그 지역에서 다시 국회의원이 되고 이명박은 대통령되고 강용석도 방송을 계속 하고 있다.
(장동민의 혐오발언 그 자체) 그보다 더 뿌리깊게 이것들을 괜찮아라고 말해왔던 문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장동민과 관련된 운동이 여성비하발언을 근절시킬 수 있는 이게 시작이 될 수 있는가 라는 생각. 여성운동을 계속 해왔던 사람으로서는 회의감이 드는 것이 있다. 이걸 정말 뿌리뽑으려면 더 많은 사람들이 붙어야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붙을 수 있는 의제를 우리가 또 설정해야하는 문제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정 : 실체 아닌 것을 건드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발언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미디어에서 이슈가 되는 것은 그런 말을 하면 안된다-라는 인식이 생겼기 때문. 혐오의 실체라는 것은 여성에 대한 폭력, 살해 이런 것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발언의 함의는 여성에 대한 차별, 폭력이라고 생각한다.
트위터의 #나는페미니스트입니다 라는 것이 훌륭한 파이트백이었고, 여성혐오에 대응하는 연대를 보여줬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어야 한다, ‘선언’에서 ‘행동’이 되기 까지의 간극에 대해서 패널들 사이에서 많이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실질적인 행동으로서 장동민 등의 여성혐오 발언에 대한 액션들 역시 혐오 발언이 끝이 아니라 혐오 발언으로부터 시작해서 그것이 실제로 여성들에 대한 차별과 폭력으로 이어지는 것이라는 계속해서 지적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도 나누었지요.
최근의 [메르스갤러리], [메갈리아의딸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보면서 또 하나의 #나는페미니스트입니다를 보는 느낌이 듭니다. 이번에는 자기 선언만이 아니라 특정개인의 ‘말실수’ 정도로 넘어갈 수 없는, 얼마나 뿌리깊고 광범위한 여성혐오가 여성들에게 일상적으로 가해져왔는지를 보여주는 집단적인 행동이라고 생각됩니다.
오픈토크 패널인 한윤형 씨는 “한국 사회에서 남자로 산다는 것과 여자로 산다는 것이 어떻게 다른가를 인식시켜주는 것이 필요하지 않은가라는 생각을 한다.”라는 이야기를 하셨는데 이 기운을 받아 계속해서 여성혐오의 모습을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제대로 바라볼 수 있게 만드는 액션들이 이어졌으면 좋겠네요. 여성혐오의 문법을 그대로 미러링하여 보여주는 액션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또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이번엔 오픈토크 <메갈리아의딸들, 분노의 갤러리를 달리다> 쯤으로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