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0월의 7번째 같이 읽는 책
이기적 섹스
은하선 지음
같이 나눈 이야기들
여성의 오르가즘에 대한 연구만 많은 건 왜일까. 여성을 섹스의 주체가 아니라 객체로 보기때문에. 객체가 되는 것이 곧 약자의 위치에 있게 되는 것. 남성들이 객체가 되기를(약자의 위치에 있기를) 두려워 하는 것이 호모포비아로 이어진다. 남성이 성적인 대상, 객체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곧 호모포비아.(우에노 치즈코의 책 ‘여성혐오를 혐오하다’에 이 이야기가 나온다)
남성의 나체를 보는 사회적인 시선과 여성의 나체를 보는 시선이 다르다. 남성연예인이나 유명인의 나체사진이 유출되었을 때와 여성연예인, 유명인의 나체사진이 유출되었을 때 미디어와 대중의 반응이 확연히 다르다. 남성의 몸은 드러내는 것이 남자다운 것으로, 호방한 것으로, 자랑스러워해도 되는 것으로 보는 분위기가 있지만 여성의 몸은 가려야 하고 드러내는 것을 조심하고 부끄러워해야 하는 것으로 여긴다.
여성의 젖꼭지를 드러내지 못 하게 하는 것, 생리대를 보이지 않게 감추어야 할 것으로 여기는 것, 여성의 월경을 입밖으로 꺼내지 않고 쉬쉬해야 할 것으로 여기는 것도 마찬가지로 여성의 몸에 대한 주체성을 억압하고 부정하고 여성성을 멸시하는 사회의 증상이다.
우리가 받은 성교육에 대해 얘기해 볼까. 중학교 때 낙태비디오를 본 것. 그 뒤에 순결사탕을 받았다.(웃음) 생명의 신비라는 영상자료. 여성과 남성의 성기결합섹스를 암시하는 장면을 잠깐 보여주고 곧 헤엄치는 정자의 모습과 난자벽에 부딪혀 수정되는 장면으로 넘어갔던 것 같다.
성교육에서 임신했을 때의 여성의 몸의 변화에 대해 자세히 가르치지 않는다. 태아의 성장과정에 대해서 교육하지만 모체인 여성의 몸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에 대한 교육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배가 언제 부르기 시작하는지, 몸의 어디가 어떻게 달라지고 불편해지는지, 정서적으로 어떤 변화를 겪을 수 있는지 등에 대한 교육이 없다. 북유럽의 한 국가에서는 임신한 여성의 정서적인 심리적인 변화를 케어하는 상담센터를 정부에서 정책적으로 운영한다고 들었다.
성폭력예방교육은 피해자에게 조심하라고 하는 것이 태반이다. 가해자가 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가르치고, 성폭력이 발생한 뒤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사후대책에 대한 교육은 거의 없는 현실. 가해예방교육과 피해예방교육, 사후대처에 관한 교육이 다 같이 이뤄져야 한다.
데이트강간, 데이트폭력에 대해: 섹스의 ‘합의’를 차를 권하는 것에 비유한 교육영상이 유튜브에 있다. “Tea Consent”라는 제목의 영상. “누군가에게 차를 마시겠느냐고 물었을 때 그 사람이 마시고 싶다고 말했지만 막상 차를 만들어왔는데 마시고 싶어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면 억지로 마시게 해서는 안 된다. 그 사람은 그 차를 마셔야 할 의무가 없다. 또 자고 있는 사람에게 차를 마시겠느냐고 물어봐야 자고 있는 사람은 동의를 할 수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억지로 차를 마시게 해서는 안 된다. 깨어있을 때 차를 권했더니 마시겠다고 해서 차를 끓여왔는데 자고 있다면 그 사람의 입안으로 차를 들이부어선 안 된다. 자고 있는 사람은 차를 원할 수 없다. 섹스도 이것과 마찬가지다. 언제나 동의가 핵심이다.” 이런 내용의 짧은 영상이 있는데 ‘합의’, ‘동의’에 대해 아주 명료하게 이해가 되었다.
섹스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어떤 사람에겐 아무렇지 않은데 반해 어떤 사람에겐 아주 불편하다. 그럴 수 있고 아무 문제가 없다. 다만 그 불편함을 느끼는 것이 성과 욕구, 섹스에 관한 이야기에 노출되지 않은 환경에서 살아와서 낯설기 때문일 수 있는데, 그런 정보에 노출되는 정도가 한국사회의 경우 특히 성별에 따른 불균형이 심한 것은 문제가 있다. 남성이 여성보다 성, 욕구, 섹스에 대한 이야기와 정보를 훨씬 많이 접하고 자란다. 이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
사족. 섹스토이에 관한 이야기를 하지 못 하고 끝난 것이 아쉬운 멤버가 몇 있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