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6월 7일
영화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
참석: 로터스, 아니, 칼로, 케이, 허원 (기록: 허원)
2007년 부동산 중개업자인 존 말루프(John Maloof)는 자신의 연구에 쓸모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호기심으로 경매시장에 나온 오래된 필름 상자를 400불에 사들였다. 무려 15만 장이나 되는 사진을 정리하면서 그는 점차 그 사진들뿐 아니라 비비안 마이어라는 인물에도 매료되었고, 역사에 아직 기록되지 않은 ‘미지의 예술가’의 자취를 추적하며 그 과정을 다큐멘터리에 담았다. 그렇게 만들어진 영화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존 말루프, 찰리 시스켈 공동 연출)는 누구에게도 기억되지 않은 채 묻혀 있던 사진가를 세상 밖으로 끌어냈다는 평을 받으며 2015 아카데미 최우수 다큐 부문 후보에까지 올랐다.
모임에서는 이 다큐를 함께 본 후, 주로 발굴자이자 영화감독인 존 말루프가 다큐 제작에 임하는 태도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마이어의 의문스러운 사생활을 중심으로 탐정소설의 구조를 취해 비범한/비정상적인 인물로 그려낸 점, 단서들을 자의적으로 취해 자신의 추적행위를 정당화하는 점 등은 비판의 여지가 있다고 지적되었다(이 부분에서 성소수자의 아우팅 문제와 중첩해보려는 시도도 있었다). 또한 발굴 시점에 연고자가 남아 있지 않던 비비안 마이어의 작품들의 소유 및 처분권은 경매 입찰을 따내고 일종의 마케팅을 해 작품의 가치를 높인 존 말루프가 가진다. 그러나 마이어의 작품의 가치를 발굴자가 오롯이 갖는 것은 얼마만큼 정당한지, 마이어의 생애를 복원하려는 말루프의 노력에서 그는 얼마만큼 윤리적인지 등은 논쟁적이었다. 시대의 뒤안길에 묻힐 뻔한 작업을 현재의 ‘예술’로 발굴해낸 공과는 별도로, 작품이 지닌 가치를 소유하는 문제는 현행 국제저작권법을 넘어서는 윤리적 논의가 필요하지 않은가 하는 의문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