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네트워크 부치 당사자 모임인‘부들부들’은 지난 3월 5일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인권포럼에 참가하였습니다.
작년 10월경 만들어진 부들부들은 약 6개월 간 부치와 젠더에 대해서 연구하고자 함께 모여 책을 읽고 세미나를 하였는데요, 그간의 이야기 끝에 얻은 나름대로의 결과물을 여러 사람들과 공유하고 또 새로운 의견을 교환하며 서로 성장하고자 이야기 방을 열었습니다.
이야기 방의 이름은 절절하고 처절한 부치들의 심경고백의 줄임말인‘절치부심’으로 하였고, 사회는 난새님이, 패널은 강치님과 야릉님이 맡아 이야기를 진행하여 주셨습니다.
먼저 부들부들은 미리 준비한 발제로서 이야기의 포문을 열었는데요, 그 핵심내용을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왜 부치모임을 만들게 되었는가.
부치는 왜 정치적 함의를 포함하는 존재로 읽혀지지 않고 명예남성, 짐꾼 등으로 불리는지, 심지어 당사자들마저 부치라는 의미부여를 주저하고 또 거부하는지에 대한 문제의식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또한 요즘 커뮤니티 내에서 부치는 단머부, 긴머부 등 여러 가지 취향, 성향 중의 하나로 다루어지고 있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부치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알아보고 싶은 욕구로 인해 부치모임이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왜 부치구성요건을 만들게 되었는가.
부들부들은 ‘부치니스’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모임으로서 구성원 자격 논쟁이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하여 부치구성요건에 대해서 만들게 되었습니다. 부치구성요건을 만드는 자체가 정치적 행위이라고 생각하여 만들게 되었는데 이것은 우리가 부치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자 함이 아니고 부치란 어떻게 구성되느냐에 방점을 찍고 만든 것입니다.
자, 그럼 부들부들의 6개월간의 결과물이라고도 할 수 있는 ‘부들부들이 제안하는 부치구성요건’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부치구성요건
1. 여자를 성애화하며 이를 실천한다. 그러나 늘 뜻대로 되지는 않는다.
2.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적으로 여성에게 강요되는 통념과 규범에 저항하며, 이를 적극적으로 표현한다.
3. 여성으로 패싱되지 않는 경험을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한다. 이 과정에서 억울함이 쌓이기도 하지만 또 막상 몰라주면 굉장히 서운한 감정이 든다.
4. 1~3을 모두 충족시키며 스스로를 부치라고 명명한다.
5. 1~4를 모두 충족시키는 존재들에게 동류의식과 함께 경쟁의식을 느낀다.
부들부들은 이 5가지를 모두 충족시키는 사람들이 부치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물론 이것이 완벽하다고는 생각하지 않기에 이야기방에서 이것을 사람들과 공유하고 피드백을 받고자 하였는데요, 많은 분들의 관심을 끌었던 구성요건은 구성요건1과 구성요건5였습니다.
구성조건1에 대해서는 헤테로부치와 바이부치에 대한 많은 질문과 논의가 오갔으며 구성조건5에 대해서는 동류의식과 경쟁의식을 어떻게 규정할 수 있는지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이 나왔습니다. 80여명이 넘는 분들이 이야기방에 참가해주셨는데 시간문제로 충분히 이야기 듣고 토론할 수 없었지만 일단 첫 포문을 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날 못다한 이야기를 조금 더 심도있게 나누기 위해 오는 4월 22일 금요일 언니네트워크 사무실에서 자신이 부치라고 생각하는 당사자들과 모여 부치의 구성조건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부들부들은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더 많은 사람들과 이를 공유하고 토론하는 시간을 갖고자 하니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