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혐오가 아니라는 당신들에게
– ‘강남역 여성 살해 사건’에 부쳐
1. 정신질환이지 여성혐오가 아니라는 주장을 그만두라
여성이라는 이유로 살해당했다. ‘저 여자를 죽이라’는 환청이 들렸을지 모를, 여성들에 대한 피해망상이 심각했을 이 남성의 행태가 어떤 사회적 영향도 없이 벌어진 신경의 이상, 몸의 이상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 주장하는 것인가? 최근까지도 온라인 게시판에서 이 남성과 맞장구치며 여성혐오를 떠들고 부추겼던 당신들, 여성에 대한 폭력을 인증하고 추한 영웅이 되기를 탐냈던 당신들, 남자친구․가족․연인이라는 이름으로, 사랑을 받아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격을 행한 남성들. 이 사회에 만연한 여성혐오, 여성에 대한 폭력과 이 사건을 분리하려는 노력이 왜 필요하며, 그러한 주장이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어떤 쓸모가 있단 말인가.
2. 모든 남성이 그런 건 아니라는 주장을 그만두라
나는 아니다, 왜 하필 나인가, 억울하다는 주장은 살해당한 여성이 던져야할 질문이다. 왜 여자냐고, 왜 나냐고, 억울하다고 말이다. 모든 남성이 그런 건 아니라고 외치는데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지금, 진정 다른 남성이 되는 길을 택하라.
3. 성별분리 화장실을 설치해야한다는 주장을 그만두라
성별분리된 화장실을 설치해야한다는 것을 대안이라고 제시하는 것을 그만두라. 여자들은 집에서도, 골목길에서도, 엘리베이터에서도, 회사에서도 죽는다. 남녀공용 화장실의 문제를 들먹이는 것은 이 사건에 대해 답을 낼 수 있는 방식으로만 질문하려는 안일한 태도다. 구조적 인식이 삭제된 껍데기뿐인 제도는 대안이 아니다. 여성혐오가 심각하다는 사회적 인정, 여성에 대한 폭력이 어떻게 구조적으로 발생하는지 전사회적으로 짚어보는 계기를 만드는 것으로 출발점을 삼아야할 것이다.
2016년 5월 20일
언니네트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