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 곳으로 가네”
상고대를 찾아 대관령의 선자령으로 떠나는 비버의 마음에는 감상적인 노래가사가 울려퍼졌습니다.
뉴스에서는 영하 15도의 살을 에는 듯한 추위를 “올해 최대한파”라는 굵은 자막으로 끊임없이 경고했지만요.
하지만 강원도에 들어서면서부터 보이는 높은 능선과 눈이 시리도록 파란 하늘, 그 속에 자리를 잡고
여유롭게 바람을 타는 풍차의 모습은 평화롭기만 했습니다.
무엇보다 멋진 “언니네트레킹” 멤버들과 난새, 루나, 하나님까지 함께 떠나는 눈꽃산행이니 설렐 수밖에 없겠죠!?
< 사진1 : 소원님이 정성스럽게 싸주신 유부초밥에 감동한 멤버들 >
위의 사진은 새벽부터 부지런히 움직일 멤버들을 위해 소원님께서 정성스럽게 싸주신 유부초밥입니다.
모두들 토실토실한 유부초밥의 자태에 “우와~”라며 탄성을 질렀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멈출 언니네트레킹 먹방이 아닙니다. 구황작물의 본고장! 강원도에 왔으니 옹심이를 먹어봐야겠죠?
옹심이는 ‘새알심’의 강원도 방언으로 곱게 간 감자를 녹말가루와 섞어 새알처럼 빚어서 끓여먹는 향토음식입니다.
< 사진2 : 감자옹심이 > < 사진3 : 옹심이 칼국수 >
<사진 4 : 옹심이에 행복한 멤버들 >
옹심이는 언뜻 보기에 수제비와 비슷한 모양이지만 감자의 아삭한 식감이 더해져 독특한 맛을 지니고 있습니다.
한상 푸짐히 차려진 옹심이는 몇분 후 칼바람에 맞설 언니들의 속을 든든하게 데워주었습니다.
맛있게 아점을 뒤로하고 이제 본격적으로 선자령산행을 시작할 순간입니다.
선자령산행은 대관령휴게소를 기점으로 시작됩니다. 휴게소에 차를 주차해놓은 후 북쪽으로 뻗어있는 아스팔트 길을
10분 정도 걸어가다 보면 완만한 언덕을 마주하고 있는 등산로 입구를 만날 수 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점은.. 짧으면 짧다고 할 수 있는 ’10분’이지만..
이 날의 ’10’분은 <칼바람의 헬케이트>가 열리는 순간이었다는 것입니다.
왜 그렇게 방송에서 올해 최대한파라고 시끄럽게 떠들었는지를 몸소 체감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페미니스트라면 이 정도 추위는 이겨내야지!!!!’라고 생각했지만… 백두대간을 타고 사정없이
온 몸에 내리꼿히는 차가운 칼바람은 히트택, 워머, 구스점퍼 따위는… 아무것도 아닌 듯 초라하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포기할 언니네트레킹이 아닙니다. 한 줄로 서서 “으아…으아으으~~~~아악 꺅~~” 비명을 지르며 10분
을 정신없이 겄다보니 어느새 언니들은 등산로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이제 매서운 추위에 눈꺼풀 위까지 푹 내려쓴 모자를 올리고 등산장비를 챙겨야 할 시간입니다.
겨울산행은 미끄러운 길, 차가운 바람, 빨리 저무는 해 등 안전한 산행을 위해 꼼꼼히 준비할 부분이 많습니다.
(트레킹의 1대 구멍인 비버가 이런 말을 하니 좀 웃기긴 하지만요..)
트레킹 멤버들 모두 아이젠, 스패치, 등산스틱을 장착하고 힘찬 발걸음을 내딛었습니다.
< 사진5 : 딱 봐도 추워보이죠? >
매서운 선자령의 칼바람은 입구로부터 이어져 있는 야트막한 언덕을 지나면서 조금씩 잠잠해 집니다.
상고대와 인연이 없는 언니네트레킹은 이 날도 나뭇가지 위에 소복히 쌓여있는 눈꽃을 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고도에 따라 달라지는 바람의 결과 꼬마 침옆수들이 반겨주는 새하얀 눈길, 그 위로 뽀드득 소리와
함께 새겨지는 발걸음들은 겨울산행의 운치를 느끼기에 충분했습니다.
무엇보다 파란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하늘과 햇살을 머금은 하얀 눈길 사이에 현대미술의 조형물 같은
모습의 풍차가 만들어 내는 풍경이 비현실적인 느낌마저 주었습니다.
< 사진6 :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같음 >
< 사진7 : 누가누군인지 구분할 수 없는.. >
칼바람에 손과 발이 꽁꽁 얼기도 하며 멤버들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농담을 주고 받으며 겄기도 하고,
때로는 눈덮인 백두대간과 묘하게 어우러진 현대적인 조형물 앞에 경이감도 느끼다 보면
바람이 머무는 선자령 정상에 도착하게 됩니다.
< 사진8 : 우리가 언니네 트레킹이다! >
정상은 정상인가 봅니다. 방향이 무색할 정도로 여러 곳에서 다양한 높낮이와 세기를 가진 바람이 불어옵니다.
그래도 기념사진은 찍어야 겠죠? 위풍당당하게 정상에 서서 언니네트레킹 현수막을 펼치자 앞에 서 계신
어머님들이 발랄한 목소리로 언니 화이팅!!!을 외쳐주셨습니다.
네! 언니네 트레킹 화이팅입니다!!
매서운 칼바람이 몰아치는 선자령이지만 춥고 힘든 순간만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바람이 잦아드는 고요한 숲 길 속에서 봄을 기다리는 얼음 속 계곡 물소리도 들을 수 있으며
파란하늘로 하얀 가지를 뻗은 자작나무들 사이에서는 마음까지 잔잔해지는 시간이 찾아옵니다.
무엇보다 언니들 한명 한명이 가진 개성과 재기발랄함.. 매 산행마다 완주할 수 있도록
서로를 끌어주는 따뜻한 마음들이 모여 선자령산행은 훈훈하게 마무리 되었습니다.
이번 산행은 또 하나의 빛나는 추억으로 남기고
다음 겨울산행에서는 상고대를 볼 수 있도록 언니들 모두 기대해 보자구요!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