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여성네트워크는 10월 21일 ‘퀴어여성 생활체육대회’를 개최하기 위해 이달 19일 동대문구시설관리공단으로부터 대관 심의를 통과해 동대문구체육관 사용료를 납부하고 대관 허가를 받았습니다. 행사 비용 마련 등을 위해 온라인 모금 플랫폼인 다음 ‘같이가치’로 행사 취지와 일정을 알려왔습니다.
‘성소수자’ 행사 항의민원이 취소 사유?
이후 9월 22일부터 동대문구시설관리공단으로부터 연락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성소수자’ 행사를 왜 허가해주었느냐는 항의성 민원에 시달리고 있으며 관할인 동대문구청에서도 이를 문제 삼고 있다, 수습방안이 없느냐, 대관을 취소하고 다른 곳을 알아볼 수 없느냐는 것이었습니다. 기획단이 성소수자혐오성 민원 때문에 이미 허가한 대관을 취소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항의하자 공단 측은 성소수자 행사가 “미풍양속”에 저해될 수 있고 대회 날 체육관 앞에서 반대 집회라도 열리면 “시설 안전관리상 위해 우려”가 있다며 취소 근거를 언급했습니다. 이해관계가 있는 문제라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언제까지 “미풍양속” 운운할거야?
이는 그간 공공시설과 광장 사용에서 성소수자들을 차별하려했던 지자체들이 헌법과 국가인권위원회법, 국제인권규범을 근거로 차별 시정과 인권교육 권고를 받았던 현실을 외면하는 일입니다. 배드민턴을 하든 공을 차든 성소수자가 하면 미풍양속에 어긋난다는 말은 성소수자에게 너무나 큰 모욕입니다. 게다가 시민 누구나 출입할 수 있고 사용목적에 따른 비용을 내면 되는 이 당연한 일이 어째서 성소수자에게는 특수한 ‘이해관계’가 된다는 걸까요?
기획단 측은 대화로 공단을 설득하려 했습니다.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허가를 다시 저울질 하는 일만으로도 명백한 차별이나, 항의민원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공단 또한 부당한 압력을 받고 있다면 협력하겠다고 말입니다. 대회까지 한 달도 남지 않은, 추석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갑작스런 취소 언급만으로도 대회준비에 막대한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대관하신 날 체육관 공사합니다.”
그러나 공단은 하루만에, 대관 당일 동대문구청에서 갑작스런 공사를 통보해 와서 대관을 취소한다고 했습니다. 동대문구청 측은 항의민원을 안내만 하였을 뿐이며, 공사 일정은 실질적으로 공단에서 결정하며 구청은 형식적으로 공문만 발송한다는 답변뿐이었습니다. 이후 면담과정에서 공단 측은 대관담당자가 대관 당일 공사가 있는 것을 몰랐고, 대관 허가 한 것이 실수였다며 이전과는 또 다른 변명으로 일관할 뿐이었고, 정말 공사가 문제라면 다른 일정을 제시하라는 기획단 측의 요구에 올 해 12월까지 대관이 불가능하다며 사실상 대관을 거절했습니다. 체육관 공사 결정은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대관을 취소시켰다는 책임에서 벗어나기 위한 꼼수에 불과한 것입니다.
“그 말에 책임질 수 있나?”
영화 불한당의 한 대사처럼, 우리는 묻고 싶습니다. 항의민원에 떠밀려 성소수자가 차별받아도 어쩔 수 없다는 결정을 내리는 것에, 공단은 책임질 수 있습니까? 사실 그 결정에는 누구도 책임질 수 없고 책임지고 싶지 않아서, 양심을 팔고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 아닌가요?
그간 성소수자 인권문제를 공론화하기 위한 많은 행사들이 공공기관의 차별로 뒤엎어질 위기를 겪었습니다. 인권활동가들이 행사 전날까지 씨름하면서 지켜냈습니다. 누구에게나 당연하게 주어진 권리를, 왜 성소수자는 이렇게 부당한 대우와 모욕을 감수해가면서 쟁취해야합니까?
체육관까지 빼앗길 수는 없습니다.
이번 행사의 내용은 말 그대로 생활체육대회입니다. 그간 생활 스포츠에서도 성차별, 성소수자차별을 겪어왔던 여성, 성소수자들이 즐겁게 뛰고 경기하자는 취지로 준비한 행사입니다. 성소수자는 체육관 빌려서 공차면 안 된다는 결정은 정말 코미디에 가깝습니다.
우리는 이 공간을 지켜낼 것입니다. 어제 국가인권위 긴급구제 신청을 하였으며, 앞으로 공단을 비롯해 동대문구에 엄중히 책임을 물을 것입니다.
제1회 퀴어여성 체육대회 기획단은 동대문구 시설관리공단이 대관 허가 취소 결정을 철회하고 10월 21일 여성성소수자에게 안전한 공간 사용을 보장할 것을 촉구합니다.
2017년 9월 29일
퀴어여성네트워크
9.19 대관허가서를 받은 뒤 온라인에 공개한 웹포스터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