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소수자 인권없이 성평등도 없다!
– 성별, 성적지향 등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는 올림픽 헌장
– 평창올림픽 개막식장에서 성소수자 인권과 성평등을 말하는 캠페인 열 것
지난 2월 2일 정현백 여성가족부장관은 한국기독교연합을 만나 ‘성평등정책’에 대한 오해를 해명했다는 사실이 보도됐다. 여성가족부는 동성애를 옹호하거나 성소수자를 인정하는 정책과 무관하다고 밝힌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날은 보수개신교들의 혐오 선동과 그에 야합한 자유한국당 도의원들에 의해 충청남도 인권조례 폐지안이 가결된 날이다.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로 인권이 후퇴된 시점에 정부 장관이 보수개신교 단체를 만나 성소수자 인권을 배제하는 발언을 한 이 사태에, 퀴어여성네트워크는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정현백 장관의 이러한 발언은 2015년 대전성평등조례 사태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 여성가족부는 양성평등기본법은 ‘성소수자에 관련된 개념이나 정책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면서 대전시 성평등조례에서 성소수자 인권 부분을 삭제할 것을 지시했고, 대전시는 이를 그대로 받아들여 조례를 개정했다. 이 사태에 분노한 여성성소수자들은 대한문 앞에 모여 여성성소수자 궐기대회를 열었고, “(성소수자인) 나는 여성이 아닙니까!“라고 외쳤다. 그 날의 외침이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 있음에도, 여성가족부는 또 다시 성평등과 성소수자 인권이 별개라는 입장을 보인 것이다.
또 다른 보도에 따르면 정 장관은 성평등은 “gender equality’를 단순 번역한 것이다”고 해명하였다. 대체 그게 무슨 소리인가. gender equality는 사회적·문화적으로 구성된 젠더에 따른 사회적 위계를 없애고 불평등을 없애기 위한 개념으로써 그 자체로 성소수자 인권과 분리될 수 없다. 성별 임금 격차, 여성 차별적 노동 환경, 성희롱, 성폭력, 가정폭력은 성소수자를 결코 비껴가지 않는다. 위 말대로 ‘성평등’이 ‘gender equality’의 번역이라면, 장관이 이야기해야 하는 것은 성평등이 당연히 성소수자 인권과 함께 간다는 것이고,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은 용납되지 않는다는 것이어야 했다.
위 발언 며칠 뒤인 5일 정 장관은 평창에서 열린 ‘여성체육,평화의 새 지평을 열다’에 참여하여 여성체육인의 역사와 스포츠정신을 이야기했다. 장관은 알고 있는가. 여성체육의 역사에는 여성성소수자 체육인들 역시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올림픽 헌장 제6조가 “성별, 성적지향을 포함한 모든 형태의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는 것을. 성평등의 이름으로 성소수자 인권을 배제하는 것은 그 자체로 스포츠 정신에 어긋난다는 것을 정 장관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퀴어여성네트워크는 2015년 여성궐기대회 이후 결성되어 꾸준히 여성성소수자를 가시화하고 성소수자 인권과 성평등을 말해 왔다. 2017년 10월에는 ‘제1회 퀴어여성 생활체육대회’를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동대문구의 일방적인 대관취소로 결국 체육대회가 연기된 바도 있다. 올해 봄에 개최될 제1회 퀴어여성 생활체육대회를 다시 준비하면서 퀴어여성네트워크는 2월9일 평창에 내려갈 것이다. 올림픽이 열리는 현장에서 ‘성소수자 인권 없이 성평등은 없다’는 것을, 평등의 이름으로 배제될 수 있는 인권은 없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줄 것이다.
2018년 2월 8일
퀴어여성네트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