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한동대학교에서 ‘페미니즘과 성노동’을 주제로 강연을 주도한 학생들이 징계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사태는 매우 심각하다. 한동대학교는 페미니즘 강연을 주도한 것이 반동성애라는 학교이념에 위배된다며 학생들을 특별지도 대상으로 삼았다. 결국 한동대학교는 이 사건을 배경으로 징계위를 열어 한 학생에게 무려 무기정학 징계를 내리기까지 했다. 이는 개인의 사상·신념 등을 근거로 한 학생의 학습권을 박탈한 사건이며 명백히 교육이라는 공적영역에서 차별피해가 발생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한동대학교 징계 사건은 단순히 피해구제의 영역에서만 이야기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근본적으로 차별을 민주 대학의 이념으로 삼을 수 없고, 교육기관은 인간의 기본권을 침해할 권리가 없다는 점을 명백히 짚어야만 한다.
한동대학교는 지난 해 반동성애를 학교의 공식 입장으로서 선포한 바 있다. 민주 인재를 양성한다는 대학에서 차별을 학교입장으로 공공연히 선언한 것이다. 당장 한동대학교 안의 심한 두려움과 스트레스를 안게 될 성소수자 구성원들을 걱정하는 교수 일각의 문제제기는 완전히 무시됐다. 결정에 항의한 학생들은 그 일로 학교로부터 찍혀 지속적으로 감시받았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이것은 비단 한동대학교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이후 한동대학교를 포함한 여러 기독교 대학들은 총회를 열어 “동성애자는 입학시키지 않겠다”는 결의안을 발표하기까지 했다. 명백히 개인의 성적지향을 차별하는 대학의 교육이념과 결정에 정부는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동성애를 인종으로 바꿔보자. ‘우리 대학의 이념은 반-다문화이다’, ‘흑인은 학생으로 입학시키지 않겠다’는 식의 입장이 민주주의 국가의 대학이 가질 수 있는 입장인가?
더군다나 대한민국의 어떤 법도 대학교에 기본권을 침해할 권리를 할당한 적이 없다. 대학교에 종교교육을 할 권리가 주어진다고 하더라도, 기본권을 침범하면서까지 개인을 징벌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지진 않는다. 이번 징계는 엄연히 초법적 부당징계인 셈이다. 특별지도·징계 과정도 인권침해적이었다. 피해학생들은 이 과정에서 학교가 색출·수사하듯 학생들을 모니터링하고 압박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처음 학생들에게 진술서가 요구된 이유에는 “학생처가 모임을 불허(불가 권고)했음에도 강행한 점”, “폴리아모리로 공공연하게 드러냄으로서 (중략) 하나님의 인재양성을 위한 학칙에 위배되는 점”, “교직원에게 불손한 언행을 한 점”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강연 자체가 총학생회 관리 하의 공간에서 이뤄져 학생처가 모임을 불허할 근거가 명확치 않았고, 학생처가 반동성애를 주장하며 강연에 불가 권고를 내렸고, 개인의 삶 양식인 폴리아모리를 징계근거로 주장하고 있는 이런 불합리한 상황들에 대해 학생들이 항의한 일이 문제인가? 그런데 학교는 이를 불손하다는 명목으로 징계하고 있는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어떤 점도 합당한 점이 없었다.
또한 이번 사건은 명시적으로 페미니즘이 처벌의 근거가 된 사건이기도 했다. 강연 당일에는 “학생들에게 자유섹스 하라는 페미니즘 거부한다”, “창조질서 무너뜨리는 젠더 이데올로기 반대한다”, “하나님이 세우신 가정윤리 파괴하는 페미니즘 반대한다”, “동성애 이론 세운 주디스 버틀러 소개 반대한다” 등의 피켓을 든 20여명의 학생들이 무리를 지어 들어와 강연을 방해했다고 한다. 이 문구들 자체도 블랙코미디지만, 한동대학교의 교육이념과 교육환경이 한국의 시대적 요구라고도 할 수 있는 페미니즘 정신을 얼마나 곡해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한 사례로도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이쯤 되면 한동대학교의 교육기관으로서의 자질이 의심되기도 한다.
한동대학교는 부당징계를 철회하고 학생들이 받은 피해를 보상하라. 또한 반동성애를 학교의 공식적 입장으로 삼은 일에 대해 해명하고 입장을 철회하라. 우리나라의 헌법에 명시된 정교분리 원칙은 종교를 제도정치와 분리시켜서 인정하겠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는 종교가 법과 제도의 구속 안에서만 인정될 수 있다는 선언이다. 이번 일을 교훈 삼아 정부는 차별을 공공연하게 주장하고 실천하는 일부 대학의 정책을 규제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차별적 대학 방침으로 인한 차별피해 실태를 조사하고 이를 대학 운영에 반영시킬 수 있도록 하는 정책도 필요하다. 나아가 페미니즘 정신과 성평등 의식도 대학생이라면 반드시 갖춰야 할 덕목으로 사회가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더 이상 교육을 통해 혐오와 차별을 학습하게 방임할 수는 없다.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다. 그 점을 잊지 말라.
2018.3.10.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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