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_가족
누군가와 함께 살기가 망설여지는 건 다음 이유들 때문이다.
불규칙한 수면 사이클 때문에 눈치가 보일 것이다.
나는 자다가 자주 깬다. 영 잠이 안 오면 아예 딴짓을 한다.
새벽 3시에 TV를 보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쓰거나,
바느질을 하거나, 기타 연습을 하거나, 가구 배치를 바꾸기도 한다.
그 때문에 누군가는 불편해질 수 있고,
누군가 나 때문에 불편해한다면
나도 기어이 불편해지고 말 것이다.
(생략)
다섯째 이유는 문란하게 살 수 없어서다!
매일 섹스 파트너를 갈아치우며 난잡하게 사는 게 나의 소망인데
룸메이트가 있으면 곤란하지 않겠나.
워낙 취향이 까다로운 탓에 실현이 불가능한 바람이지만
그 소망의 불씨는 늘 마음 한구석에 살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표정에 신경 써야 한다.
이 부분이 가장 곤란하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있을 때조차 종종
기운 내라거나 못마땅한 게 있느냐는 소리를 듣는다.
집에서까지 오해를 피하기 위해 가면을 쓰고 싶지는 않다.
<혼자서 완전하게>, 이숙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