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정리 나기 │ 녹취 수민, 효비
청소년 성소수자 위기지원 센터 띵동
나기 띵동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은찬 띵동은 ‘청소년 성소수자 위기지원 센터 띵동’입니다. 단체 이름이 조금 길지만 이름 그대로, 청소년 성소수자를 만나서 위기지원을 주로 하는 업무가 1순위인 단체예요. 올해로 4년차를 밟아가고 있는 단체고요. 띵동이라는 이름을 쓰기 전에 2014년도까지 ‘무지개 청소년 세이프 스페이스’라는 프로젝트명을 사용했어요. 청소년 성소수자를 지원하는 단체가 필요하다는 것을 성소수자 인권단체라든지 다양한 곳에서 필요성에 대해선 느끼고 있었는데, 국가나 정부지자체에서는 전혀 성소수자를 지원하지 않고 있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성소수자를 지지하거나, 성소수자에게 친화적인 교회와 당시 이제 동성애자 인권연대(현 행동하는 성소수자 인권연대)를 포함해서 총 4개의 단체와 교회가 모여서, ‘무지개 청소년 세이프 스페이스’라는 이름으로 모금활동을 이제 시작했죠. 단체를 만들려면 공간이 필요하고, 사람이 필요하고, 공간과 사람이 필요하다면, 사실 돈이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에 필요성을 주변에 알리고, 그 필요에 공감할 수 있는 기부자를 만나서 기부를 독려해보자는 취지로 시작한 거예요. 목표금액도 달성이 되고, 아름다운 재단, 구글코리아 이렇게 크게 기부를 해주신 분들이 있어요. 그래서 덕분에 지금 띵동 센터가 만들어졌죠.
나기 청소년 성소수자 위기지원 센터라고 하셨는데, 어떤 위기 상황에 대해서 지원을 하나요?
은찬 가장 긴급하게 지원되는 위기는, 예를 들면 자해나 자살이 되겠죠. 나와 타인을 해치는 행위, 자해나 자살, 혹은 타인까지도 해치는 행위가 가장 큰 위기로 볼 수도 있어요. 그 밖에 가정이나 학교에서 폭력상황이 발생했을 때. 이 폭력이 물리적인 폭력뿐만이 아니라 심리적으로 차별을 받는다거나 혐오적인 발언을 듣는 것들까지도 이 위기 안에 전부 다 들어가 있어요. 그런데 이렇게 드라마틱하고 우리가 흔히 세다고 느끼는 위기만 위기지원 서비스를 하는 것은 아니에요. 저희가 주로 청소년 성소수자들에게 홍보하는 내용은, 도움이 필요한 청소년 성소수자, 고민이 있는 청소년 성소자라면 누가나 띵동을 이용할 수 있다는 거예요. 내가 커밍아웃을 고민하고, 혹은 나의 정체성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는 게 사람마다 다르고, 그 사람한테 그것조차도 위기일 수 있는 상황인거죠. 그래서 그런 상담서비스도 위기지원서비스로 보고 있어요.
나기 그럼 그런 다양한 위기 상황들에, 홈페이지에 보면은 7가지 위기지원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되어 있는데, 그 내용은 어떤 건가요?
은찬 첫 번째는 이제 공간이용. 저희가 2015년도에 새로운 공간을 만들었고. 그 공간이 구글코리아라든지, 아름다운 재단을 통해서 만들어진 공간이거든요. 개인 기부자들까지 포함해서. 그 공간에 주방시설이 있어서 저희가 식사를 제공한다든지, 세탁기가 있어서 탈가정한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밖에서 세탁기를 이용할 수 없는데 그런 걸 이용한다든지 샤워실 같은 거 이용할 수 있고. 탈가정 했을 때 고민이 되고, 위기상황으로 바로 들어갈 수 있는 게 이런 위생상태 거예요.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저희가 아직 24시간 쉼터가 아니기 때문에, 저녁시간에 자고 갈 수는 없어요. 일주일에 5번만 열고, 심야시간대는 따로 운영을 하지 않기 때문에. 다만 아침부터 저녁까지는 센터가 오픈되어 있고, 낮잠방이 있어요. 그렇게 낮잠방에서 쉴 수 있다든지, 다양한 공간 이용들을 하는 게 첫 번째 위기지원서비스예요. 저희가 최근에 센터이전을 했어요. 조금 더 쾌적하고 좋은 공간으로 현재 이전되어서, 상담실, 샤워실, 낮잠방 이런 공간을 예전보다 더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어요. 화장실도 그렇고 샤워실도 그렇고 젠더나 성별 상관없이 1인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고. 낮잠방도 옛날에는 2인 침실이었는데 지금은 베드가 있는 방이 하나 있고, 이불을 깔 수 있는 방이 또 하나 있어요.
나기 심야 이용이 불가능하다고 하셨는데, 탈가정한 친구들 같은 경우엔 정말 당장 잘 곳이 필요한 경우가 있잖아요. 그러면 어디로, 연계를 하는 시설이 따로 있나요?
은찬 보통 시스젠더 청소년 성소수자 같은 경우에는, 쉼터 이용을 권하기는 해요. 국가에서 운영하는 일시, 단기, 장기 쉼터들이 있는데. 그 쉼터 중에서 저희가 조금 괜찮다 싶은 쉼터들이 조금 있거든요. 문제는 트랜스젠더와 젠더퀴어 청소년들인데. 여전히 그건 저희 띵동의 숙제로 남아 있어요. 일반적인 청소년 쉼터로 안내하지 못하기 때문에 주변 친척이라든가, 지인의 집으로 안내를 하는 편이에요.
나기 본인이 원하지 않는 상태에서 정체성이 알려졌을 때는 폭력이라든가 탈가정 문제로 바로 이어질 수 있지만, 그 전 단계에서는 심적인 그런 갈등 같은 것들이 주가 될 것 같아요.
은찬 맞아요. 사실 띵동에 어떤 상담이 오는지 잘 모르는 분들은 “제가 게이인지 레즈비언인지, 어떠한 정체성인지 잘 모르겠어요.” 이렇게 정체성에 대한 고민 상담이 많이 들어오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고 저희도 그렇게 예상했는데. 오히려 그런 상담들이 사실상 많이 없어요. 요즘 청소년들이 많은 정보는 아니지만 인터넷이라든지 유튜브라든지 그런 걸로 정보를 더 많이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을 정체화 하는 것이 빠르고 확정에 대해서 그렇게 거부감이 없어요. 오히려 상담이 많이 들어오는 건 얘기했던 것처럼 그 후의 문제인 것 같아요. 내가 게이여서, 내가 트랜스 젠더여서, 레즈비언이어서, 그래서 내가 친구한테 어떻게 커밍아웃하지? 부모님에게 어떻게 커밍아웃하지? 만약에 이 뒤로 내가 했을 때 지원받을 수 있을까? 탈가정하면 나는 어디로 가지? 이런 상담이 사실상 제일 많아요.
나기 제가 띵동에 갔을 때도 느꼈는데, 거기 오는 청소년 친구들은 정말 자기 자신을 명명하는 것에 대해서는 거리낌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명명을 훨씬 더 일찍 하니까, 다른 고민의 시간은 훨씬 더 길어지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제 또래도 그렇고, 저보다 좀 더 나이가 드신 분들은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훨씬 더 길게 하니까 그 전까지는 그냥 사는 대로 살다가 자립한 이후에, 본인이 스스로 돈을 번 이후에 뭔가 문제가 생기는 경우들이 있어서, 지금 청소년들이 하는 고민하고 약간 거리가 있겠다 싶었거든요. 그렇게 내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면 독립에 대한 고민을 엄청 하게 되잖아요. 쫓겨나서 독립하든지, 내 발로 나오든지 어쨌든 간에 이 안전한 거리를 유지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어떻게든지 내가 자립할 능력을 빨리 가지고 싶다는 고민을 많이 하게 될 것 같아요. 그런데 현실적으로는 일자리 문제도 그렇고, 공간의 문제도 그렇고, 청소년 성소수자가 바로 가족으로부터 떨어져 나와서 독립적인 능력을 갖춘다는 게 어려운 거잖아요.
레인보우 내비게이션 : 청소년 성소수자 자립 지원
나기 그래서 띵동에서 진행하는 <레인보우 내비게이션>이라는 프로그램이 궁금해요. 어떻게 청소년 성소수자에게 자립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지.
은찬 <레인보우 내비게이션>은 띵동의 고민에서 시작된 프로그램이에요. 작년에 처음 시작했는데, 저희가 1년,2년 정도 상담을 했을 때, 상담이나 위기지원으로 해결되는 문제들은 단기적이거나, 지금 눈앞에 보이는 상황에 대해서 불끄기에만 급급한 거예요. 내담자에게 막 몇 백만 원을 주고, 공간을 주는 게 아닌 이상. 사실 그렇게 하더라도, 그건 경제적인 자립일 뿐이지, 심리적으로 완전히 독립하거나 자립하는 건 되게 다른 문제잖아요. 심지어 청소년뿐만 아니라 성인들도 나이가 차서 혹은 다른 문제로 혼자 살거나 가족 외의 삶을 꾸리는 것에 대한 막막함을 느끼잖아요. 어떻게 해야 될지 사실 그 누구도 알려주는 곳이 없고. 지금 당장 내가 청소년이면, 일하는 것도 보호자 동의가 필요하고 사회에서 청소년이 일하거나, 학교를 다니지 않거나, 집을 나왔을 때 바라보는 시선들이 있고. 이런 것에 대해서 어떻게 고민하고 있는지 듣고 싶어서 <레인보우 내비게이션>이란 프로그램을 시작했어요.
10회기, 20회기 상담하는 청소년들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 청소년들과 함께 이야기하다보면, 지금의 상항은 그래도 위기상황에서는 멀리 떨어졌지만, 문제는 자립이나 독립을 하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계속 고착되어 있는 거예요. 그런 게 있다면 상담을 30회 차, 40회 차하더라도 나아질 수 있는 게 많이 없는 거죠. 좀 더 자립을 위해서 도와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 무엇일까라는 걸 고민해서 <레인보우 내비게이션>을 시작했던 거죠. 그런데 장기 쉼터라든지, 청소년들 그룹으로 사는 그룹홈이 있거든요. 가정에서 나와서 그 공간에서 1-2년 지내면서, 학교를 다니거나 혹은 다른 직업체험을 하면서 성인으로 밟아가는 과정을 하는 곳인데, <레인보우 내비게이션>이란 프로그램이 그렇게까지 오래하거나, 체계적으로 금전적으로 지원을 하는 프로그램은 아직 아니에요. 그래서 약간 가볍게, 왜 독립을 하고 싶은지, 자립을 하고 싶은지. 그것에 좀 더 심층적으로 프로그램 통해서 좀 느껴보고, 모토는 ‘잘 살기’예요. 잘 살려면, 잘 먹어야 되고, 그냥 먹는 것이 아니라 ‘잘’ 챙겨서 먹어야 되고, 내가 잘 나를 돌볼 줄 알아야 되고. 의료적인 문제에서 내 몸의 건강도 내가 스스로 돌봐 볼 수 있어야 하고. 내가 일을 한다면, 노동에 대한 것도 어느 정도 정보를 알아야지 시작할 수 있으니까, 이런 노동에 대한 것도 같이 알아보는 거죠. 건강을 위해서는 같이 병원을 가본다든가. 잘 챙겨먹는 것은 예를 들면, 전문가를 모셔서 같이 장을 보는 것부터 시작하는 거예요. 장 보는 것뿐만이 아니라 가계부도 한번 써보고 내가 얼마만큼의 식비를 쓰나 보고 요리도 하고 간단하게 어떻게 보관하고 먹을 수 있는지 그런 것들을 함께 체험해보는 프로그램이죠.
나기 청소년이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프로그램인 것 같아요. 독립 센터가 있어야 될 것 같아요. 그런 거, 정말, 안 해 본 사람도 있잖아요. 어렸을 때부터 독립심이 있게 키워진 사람도 있겠지만, 자기 손으로 장보고, 그 장본 게, 자기 한정된 예산 안에서 얼마만큼 쓰여야 되는지 그런 거 계산 안 해 봤고, 병원도 제 때 안가다 실려 갈 때쯤 되어서 타이레놀 사다먹고 그런 사람들이 제 주변에도 많이 있어서. 청소년 성소수자 뿐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독립교육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은찬 프로그램 준비하면서 활동가들도 우리한테 필요한 거다 그래요. 자취경험이 7년, 8년 된 사람도 있고, 3년, 4년 된 사람도 있는데. 다들 그런 어려움을 좀 옛날에 겪어 본 거예요. 처음에 그냥 라면만 먹다가, 그렇게 하다보면 내 몸이 나빠지는 걸 이미 나빠지고 나서 알잖아요. 그 전에 이제 좀, 이런 것들이 있다는 걸 체험해 볼 수 있게 하려는 거죠.
나기 독립준비라고 하지만 결국 나를 돌보는 연습을 한다는 게 와 닿는 거 같아요. 노동에 대한 정보도 되게 중요한 건데, 한국사회에서 미성년자는 근로계약을 작성하려면 보호자의 동의가 필요하잖아요. 그런 게 없으면 불법 고용인거고. 그런 건 어떤 식으로 상담을 해주세요?
은찬 기초적인 정보를 알려주죠. 보호자의 동의가 꼭 필요하다는 것조차 잘 모르거나, 가장 문제는 청소년을 사용하는 사업장들이 최저임금을 잘 챙겨주지 않는 경우인 거죠. 그랬을 때 내가 조치해야 하는 기본적인 걸 안내해 주는 거예요. 그리고 정보를 알더라도 직접 행동을 하는 건 되게 어렵잖아요. 그랬을 때, 내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 띵동도 될 수 있고. 노동부에 신고했을 때, 내가 어떻게 대처할 수도 있고. 이런 것에 대해서 직접적인 정보를 알려주는 거죠. 그리고 이 프로그램 자체가, 다 같이 하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어떤 청소년 참가자가, 어 나는 알바, 그 때 편의점 알바 해봤는데, 그러면서 서로의 얘기를 공유할 수 있고, 팁 같은 것도 같이 이야기 할 수 있고 그런 것들이 좋은 것 같아요. 이 노동 파트는 원래 1,2기 때는 거의 없었거든요. 1,2기에 참여했던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있으면 좋겠다 해서 3기부터는 들어가요.
나기 그러면 정말 긴급하게 폭력상황에서 탈가정 해야 되는 경우들 있잖아요. 그런 경우에 지원받을 수 있는 거는 특별히 뭐가 있나요?
은찬 위기지원 매뉴얼 프로세스가 있어요. 돈이 한정적이고 많은 청소년들에게 지원을 하다보니까 유료서비스라든지, 심리지원 서비스는 최대 얼마까지 이런 식의 매뉴얼이 있죠. 얘기했던 것처럼 진짜 폭력상황으로 인해 긴급하게 탈가정 해서 온 사례들이 몇 건 있어요. 저희가 공개적으로 동의를 받고 모금을 한 경우가 있거든요. 트랜스젠더 연희 사건인데 보호자들이 연희를 흔히 말하는 전환치료 시설에 억지로 가둬놓았고, 그 전환치료 시설에서 정말 무차별적인 폭력을 받았어요. 그래서 긴급하게 도망을 친 상태에서 저희한테 연락을 했거든요. 다각적으로 좀 지원이 필요했죠. 온갖 폭력을 당해서, 얼굴에 멍이 들고, 눈이 시뻘게지고, 그런 상태로 오다 보니까. 이런 청소년들에게는 트랜스젠더다 보니까 그냥 쉼터에 가, 이렇게는 절대 할 수 없는 상황인거에요. 그 때 모금활동을 해서, 2-3달 정도 고시원에 살 수 있는 비용이라든지 생활비. 의류지원비 이런 것들에 대해서 사용을 했어요. 그때는 좀 긴급하게 지원을 한 경우였죠.
나기 장기적으로 띵동도 몇 달, 혹은 일 년, 단위로 이용할 수 있는 쉼터를 마련하고 싶다는 계획이나 소망이 있으신가요?
은찬 최종 목표는 24시간 쉼터 만들기죠. 지금보다 더 기부금이 많이 모이고, 덩치가 커진다면 쉼터를 만드는 건 1순위인 것 같아요. 주거가 안정돼야지 그 다음에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이 굉장히 많거든요. 장기 쉼터를 운영하는 건 조금 더 고민해봐야 될 것 같긴 한데, 그래도 단기적으로는 머무를 수 있고, 그 머무는 쉼터가 일반 청소년 쉼터처럼 남녀 이렇게 구분되어 있지 않고 성소수자로서 편히 이용할 수 있는 쉼터를 마련하면 좋겠다 생각하고 있어요.
나기 지역은 서울보다, 어쩌면 더 힘든 상황들이잖아요. 여기는 지하철 타면은 바로 달려올 수 있는 센터가 있다고 하면 지역에는 그런 중심이 되는 피난처 같은 게 없으니까. 지역에는 어떤 식으로 가세요?
은찬 띵동이라는 센터가 서울에 한 곳 밖에 없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서울에 거주하거나, 혹은 수도권까지도 거주하는 청소년이 조금 무리하면 띵동에 방문해서 상담할 수 있거나, 위기지원 서비스를 받고 있는데. 수도권 이외 지역의 청소년들은 아무래도 직접 오기 어렵죠. 성인도 사실 지역에 거주하면 서울에 왔다갔다 하는 비용이라든지, 시간이 부담스러운데 청소년은 사실 더더욱 그렇거든요. 지금 지역 청소년들을 위해 해 줄 수 있는 서비스는 전화상담 정도 하고 있고 이 청소년 위기지원이 필요할 때는 저희가 지역에 있는 청소년 쉼터라든지 아동보호 전문기관으로 조금 안내를 하는 편이죠. 그런 곳으로 연계는 하되, 지속적으로 좀 더 잘 지내고 있는지, 그 공간에서 혹시 2차 가해를 하고 있지 않는지. 이런 것들을 지속적으로 좀 보려고 하고 있어요. 띵동이라는 곳에 대해서 소문이 조금 나고 있나 봐요. 그래서 다른 청소년 쉼터라든지, 기관에서 “청소년 성소수자가 입소했을 때 어떻게 해야 되나요?” 라는 질문을 하는 문의전화가 가끔 오기도 해요. 차라리 그렇게 오면 좀 다행이에요. 그러면 저희가 이렇게이렇게 하시라 안내를 하는 편인데. 그런 것조차도 안하면 2차적으로 피해를 보거나, 더 이상 기관에 대한 신뢰가 없어서 더 위기가 심화되는 경우도 있거든요.
나기 저는 하나 더 궁금한 게 있는데, 청소년 성소수자의 경우에 청소년 소수자끼리 나오는 게 아니라, 만약에 성인 파트너가 있는 경우에는 긴급하게 탈가정해서 그 성인 파트너의 집으로 들어가게 되거나 할 때가 있잖아요. 그랬을 때 법적으로 발생하는 문제가 없는지 그런 게 좀 궁금하더라고요. 친권자가 납치로 신고한다든지, 그럴 가능성이 있지 않나.
은찬 저희도 초반에 되게 많이 걱정이 되더라고요. 성인 파트너가 아니라 띵동이 보호하고 있을 때가 있는 거죠. 그럴 때 보호자가 유괴나 납치로 신고하면 어쩌나 했는데 어쨌든 가장 중요한 것은 당사자 청소년의 의지이기 때문에, 만약에 신고를 당하더라도 뭐 그렇게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 같다는 것으로 판단을 하고 있어요. 애초에 탈가정으로 나왔으면, 폭력의 상황이 있으면 사실 경찰 신고가 함께 이루어져야 되거든요. 그런 가정폭력은 사실상, (법적 보호자가)납치나 유괴로 신고를 하더라도 법적 보호자가 먼저 조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법적으로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고. 성인 파트너가 있다고 하더라도 개개인마다 다르죠. 어쨌든 지금 의지할 수 있는 곳이 한 곳이라도 있으면 그나마 그 곳에서 좀 안전하게 지내는 게 좋을 것 같다는 거고 다만 그냥 성인(파트너)이 아니라 성매매와 관련된 곳이라면 또 다르게 접근을 해야 되는 문제가 있죠.
나기 무조건 있을 곳이 있다고 해서 좋은 것은 아닌 거죠. 탈가정해서 머물 수 있는,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동아줄 같은 곳이라면 그 안에서 일어나는 관계의 문제라던가 경제적인 문제에서 취약해질 수 있잖아요. 그래서 그런 부분에도 대비가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은찬 2차 피해를 받을 수도 있거든요. 그래서 띵동이라는 끈은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게 안내를 하는 거죠. 당사자가 쉼터에 가더라도, 친구네 집에 가더라도, 파트너 집에 머물더라도, 탈가정을 한 경우에는 자주자주 띵동에 와서 밥을 먹거나, 상담을 해서 동태를 계속 파악하는 거죠. 나왔을 때 옷가지가 없을 때 그런 걸 지원하는 것 때문에라도, 교통비를 지원해주니까 와라, 이런 식으로 하는 거죠. 그런데… 대부분 잘 챙겨오더라고요. 돈도 막, 용돈 받은 거 모아서 가져오고, 옷도 이만큼 막 가져오고. 물론 맨발로 나오는 청소년 성소수자들도 많아요. 그럴 경우에는 진짜 다각적으로 필요한 것들이 있는데, 뭐… 이미 캐리어를 싸놓고 준비했다가 나오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그럼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나기 마지막으로, <레인보우 내비게이션> 준비하면서 우리에게도 이런 것이 필요하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본인이 독립하고, 가족으로부터 나왔을 때 겪었던 자립과정은 어떠셨나요?
은찬 저도 청소년 성소수자 시기 때에 위기 상황이 많았거든요. 저 역시도 탈가정한 경험이 있고. 그 당시 가출이라는 단어를 쓰죠. 돈도 필요하지만 심리적 안정도 되게 많이 필요했던 것 같아요. 그런 소리 정말 듣기 싫었어요. “네가 그래도 아들이니까 참아야지”, “엄마 아빠가 너를 사랑해서 그래” 이런 말들 있잖아요. 근데 그런 것들이 사실 굉장히 폭력적인 말이거든요. 그 어떠한 것으로도 사실 폭력은 절대 합의될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 그런 말을 듣는 게 너무 싫어서, 최대한 우리도 이제 그런 말 하는 센터는 되지 말자. 탈가정에는 다 이유가 있고, 그 이유에 대해서 최대한 잘 들어주고, 폭력이 발생한 것에 대해서 “너의 탓이 아니야”라고 이야기 해줄 수 있는 게 좀 필요한 것 같아요.
저는 이제 10대 때는 가출을 몇 번 하고, 스무 살 되자마자 그냥 나왔어요. 그래서 완전 쌩 자립을 시작했거든요. 시골 쥐가 서울에 온 것처럼, 진짜 박스 두 개 들고 나온 상황이었거든요. 저는 좀 악바리라서 지금까지 온 것 같은데, 누구나 사실 그렇지는 않잖아요. 그래도 저는 주변에 풀이 좀 많았다고 생각이 들거든요. 도와줄 수 있는 친구들, 지인들, 활동가들이 많아서. 저는 정말 운이 좋았거든요. “저, (집)나오고 싶어요.”라고 했을 때 주변의 아는 형들이 “그래? 그럼 우리 집에서 몇 달 살아. 방 하나 남으니까.” 이런 게 되게 많았던 거예요. 그래서 2-3년은 거의 무상으로 살았어요. 그래서 사실 그렇게 주거 안정화가 되면 뭐든지 할 수 있거든요. 우선 주거 안정화가 되면 일을 구할 수 있고, 일을 구해서 몇 달 참으면, 생활비를 벌 수 있고, 그게 조금 안정이 되면, 이제 내가 자립을 해서 내 스스로 미래를 그릴 수 있는 거예요. 그래서 역시 주거 안정화가 가장 시급하지 않나.
혼자 사는 것과 고립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주변에서 나를 되게 많이 챙겨주거나, 나도 남을 챙길 수 있는 커뮤니티가 자립이라든지 독립하려 할 때 많이 필요한 것 같아요. 그런 것들 되게 외롭잖아요. 혼자서 밥 먹는 것도, 이제는 너무 잘 하지만, 가끔 사무치게 ‘뭐 하는 거지’ 이런 생각이 들잖아요. 혼자 아플 때 정말 서럽다든지. 커뮤니티, 지인들 이런 게 많이 필요한 것 같아요. 커뮤니티라는 게 뭐 꼭 인권단체 뿐만이 아니라, 그냥 내 또래일 수도 있고 나와 의사가 맞는 사람들 꼭 성소수자가 아니더라도 내가 성소수자로서 잘 받아들여지고, 안전하고 편안하게 있는 그런 커뮤니티가 좀 필요한 것 같아요.
나기 정말 공감합니다. 오늘 긴 인터뷰 감사합니다. 띵동이 장기 쉼터를 마련하는 그날까지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