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13일, EBS가 <까칠남녀> 고정출연자 은하선 작가에게 일방적으로 하차를 통보했다. EBS는 은하선 작가의 ‘결격사유’를 주장하지만, 하차 통보의 진정한 배경은 혐오세력의 공격이다. 성소수자 특집(12월 25일과 1월 1일) 방영을 기점으로 급증한 혐오세력의 공격은 특히 은하선 작가를 표적으로 삼아왔다. 은하선 작가 하차 통보에 반발하여 다른 출연자들(이현재, 손희정, 손아람)이 녹화를 보이콧 선언했고, 현재 17일로 예정된 녹화는 취소되는 사태를 맞았다.
이는 작년 12월 CBS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이하 세바시)> 사건과 유사하다. <세바시> 역시 혐오세력과 윗선의 입맛에 안 맞다는 이유로 성소수자 강연자의 강연영상을 삭제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다시 공개한 바 있다. 은하선 작가 하차는 이처럼 성소수자의 목소리,여성의 목소리 등 소수자의 목소리를 미디어에서 삭제하거나 왜곡에 앞장서온 역사의 반복이다.
또한 이는 성적으로 주체적인 여성에 대한 낙인찍기다. 바이섹슈얼 여성, 섹스칼럼니스트, 퀴어 페미니스트인 은하선 작가는 <까칠남녀>에서도 성차별, 성적 고정관념, 성소수자혐오에 대해 적극 발언하며 프로그램이 ‘젠더토크쇼’의 취지를 살리도록 역할을 했고, 그렇기에더욱 공격대상이 되어왔다. 그런데 방송국조차 혐오공격으로부터 출연진을 보호하기는커녕 딜도 제품사진 따위를 트집 잡으며 은하선 작가를 ‘결격사유’가 있는 출연진으로 매도했다.
EBS는 자사의 ‘결격’을 깨닫기 바란다. 섹스토이와 성소수자의 섹스를 죄악시 하는 사회를 바꾸는 것이 ‘젠더토크쇼’다. 은하선 작가가 성소수자의 삶을 말할 때는 ‘말하지도, 알려서도 안 되는’ 성적인 것을 말한 것처럼 공격받고, 남성 방송인의 성폭력 두둔, 성소수자 모멸은‘의견’으로 취급되어 왔다. 지금껏, ‘한 남자의 아내가 되어 자식 낳고 뒷바라지하다가 또 그 자식이 자식 낳기를 지켜보는 삶’으로 여성의 삶을 함부로 축약하고 그것만이 바람직한 여성의 행복이라고 강요하는 자들에게 마이크가 주어져 왔다. 성소수자를 조직과 사회에서 내치고 모든 ‘음란’을 삭제할 때, 그것은 기존의 섹슈얼리티 위계, 이성애 질서, 여성 억압의 존속에 기여하는 일이리라는 점을 이 사건은 드러낸다.
EBS는 하차 통보를 즉각 철회하라. 그리고 하차 통보의 책임이 은하선 작가가 아닌 EBS에 있음을 분명히 밝히고 은하선 작가의 명예를 훼손한 데 공식 사과하라. <까칠남녀>가 성소수자의 말을 왜곡 없이 경청하는 방송으로 많은 시청자에게 감동을 줬음에도, EBS는 종영을 앞두고 프로그램 취지를 무색케 하는 조치를 벌여 그간 함께한 출연진들과 시청자가 보낸 신뢰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까칠남녀>가 현명한 사태 수습을 통해 종영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2018.1.17.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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