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안에 성소수자의 인권이 실종됐다. 이명박/박근혜 정권보다 후퇴한 안이다. 법무부는 지난 4월 20일 제3차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2018~2022년) 초안을 발표하였다. 그런데 그 계획안에는 2007년부터 시작된 제1차와 제2차, 심지어 박근혜 정부의 초안에도 있었던 ‘성적 소수자의 인권’ 항목이 사라졌다. 정부의 종합적인 인권정책 대상 집단에서 성소수자 인권은 제외하고 비가시화하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우리는 이명박/박근혜 정권 보다 후퇴한 문재인 정부의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안을 보며 깊은 실망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은 국가 인권정책 방향을 국내외에 천명하는 것이다. 인권 증진과 보호라는 국가의 의무를 전제로 하는 범국가적인 인권정책 종합계획인 것이다. 5년의 주기마다 국가차원의 종합적인 인권정책을 수립하는 만큼 그 과정과 내용에 국제인권 권고,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 시민사회로부터 수렴한 의견이 반영되어야한다.
그런데 법무부는 국가의 종합적인 인권정책 방향과 목표, 추진과제를 제시해야할 계획안에서 조차, 차별금지 내용 안에 “성소수자(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트랜스젠더 등)를 보호하기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으나, 종교계 등의 이견이 큰 상황이므로 국민적 공감대 형성 필요”하다고 한 뒤, 최악의 판결 중 하나로 선정된 바 있는 헌법재판소의 군형법 추행죄에 관한 결정례를 인용하고 있다(42쪽).
이는 모든 인간의 존엄성, 자유와 평등이라는 인권의 가치, 정교분리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는 대한민국헌법 정신에 어울리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인권의 증진과 보호라는 국가의 의무를 다하기 위한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의 취지와 본질에도 맞지 않는 내용이다.
그동안 한국정부는 국제인권기구들로부터 성소수자에 대한 인권 옹호와 차별금지와 관련하여 숱한 권고를 받아왔다. 심지어 박근혜 정부 초안에도 최소한 성소수자 인권에 관한 국제인권권고들이 따로 정리되어 담겨있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사회적 약자 및 소수자의 인권 대상에서 성소수자 인권 항목을 지우면서 이러한 내용들마저 잘 보이지 않게 지워버렸다.
문재인 정부는 정권초기 국가인권위원회의 위상 제고를 언급하며 대한민국을 인권국가로 만들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우리는 촛불혁명과 박근혜 정권의 탄핵 이후 들어선 문재인 정부가 수립하게 될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에 기대감을 갖고 시민사회단체 간담회 절차를 통해 성실하게 의견을 개진하여 왔다. 특히, 제3차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안 수립을 위한 시민사회단체 간담회 과정에서 성적 소수자 관련 항목이 누락된 것에 대하여 강력하게 항의하여 상호협의 하에 지난 3월 16일 ‘성소수자․병력자 분야’를 주제로 따로 간담회를 진행하고 무지개행동의 의견서를 수차례 제출한 바 있다.
그러나 법무부가 이번에 발표한 안은 그동안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수년간의 노력을 무위로 돌리는 내용이며, 문재인 정부의 인권정책, 기본권 강화라는 정책 기조는 쇼에 불과하였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국가의 전체적인 인권정책의 방향을 제시해야할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안에서 조차,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새긴 법무부는 인권옹호를 총괄하는 부처로서 자격이 없다. 우리는 이명박/박근혜 정권 보다 후퇴한 문재인 정부의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안에 분노한다. 반동성애 혐오세력의 눈치를 보며 인권의 보편성을 도외시하고 국가의 인권옹호 의무를 저버린 문재인 정부를 강력하게 규탄한다.
2018. 4. 25.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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