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3•8 세계여성의 날을 맞은 비혼인들의 떠들썩한 축제, 3월 10일 열려
1회 비혼여성축제 ‘비혼, 꽃이 피었습니다’
언니네트워크에서는 지난 2006년 8월, ‘비혼을 비혼이라 부르지 못하고’ 라는 제목으로 토론회를 열어 비혼들의 존재 확인과 비혼이슈에 대한 각종 주제를 논의하며 ‘비혼으로 함께 잘살자’라는 온라인 커뮤니티(http://www.unninet.net/jalsalza0)를 개설했습니다. 이후 9월에 열린 ‘비혼 맞춤형 경제생활’ 이라는 주제로 경제세미나를 갖고, 10월에는 ‘비혼 차별적 제도, 이건 아니잖습니까!’ 라는 제목으로 비혼 차별적 제도에 대한 세미나와 토론을 열었습니다. 이후 비혼 이슈를 사회적으로 알리는 과정에서 더 이상 비혼을 ‘문제적 존재’가 아닌 ‘행복한 삶의 주체자’로서 알리자고 결심하고, 그 첫 번째 액션으로 ‘비혼여성축제’를 기획했습니다.
결혼하지 않음으로 인한 차별이 불합리하다는 문제의식을 화두로 결혼과 비혼에 대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공론화하고, 비혼 여성들의 자유롭고 독립적인 삶을 지지하는 ‘1회 비혼여성축제’. 지난 10일 오후 3시 대학로 마로니에에서 열린 이 축제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백이십여명이 넘는 참가자들이 행사에 참가해 성황을 이루었습니다. 이에 저희 축제에 대한 개요를 구체적으로 알려드립니다.
미혼 말고 비혼!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비혼 여성들은 단지 결혼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나이와는 관계없이 미성숙하고 미완된 존재로 규정되고 있습니다. ‘미혼’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면서, 온전한 한 사람의 독립된 성인이 아닌 불완전한 존재로 설정되어 있는 것이지요.
그래서 우리는 비혼(非婚)이라고 말합니다. 비혼이라는 단어는 결혼을 전제로 하지 않으면서 결혼하지 않은[非] 상태임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비혼은 누구나 결혼해야 하고, 결혼하고 싶어한다는 고정관념에 물음표를 던집니다. 비혼은 결혼하지 않았다고 해서 성숙하지 않은 사람으로 보는 편견에 반대합니다. 비혼은 이성간 결합만 허용하는 협소한 혼인제도에 미세한 균열을 만들어냅니다. 비혼은 누구나 원하는 대로 살 자유와 권리가 있다는 우리 자신의 선언입니다.
비혼, 꽃이 피었습니다
1회 비혼여성축제 ‘비혼, 꽃이 피었습니다’는 모든 비혼들을 지지하고 축하하는 축제입니다. 결혼이 경사로운 일이듯 비혼이라는 삶의 방식을 선택하고 유지하겠다는 결정 또한 축하받아 마땅한 일입니다.
그동안 비혼 여성들은 단지 ‘결혼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수히 많은 사회·문화적 편견을 마주해야 했습니다. 실제로 아이를 낳거나 키우고 싶어 하는 비혼 여성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출산·입양·양육 전반에 걸쳐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며, 대출·주택청약 등 경제적인 면에서도 배제되어 왔습니다.
우리는 이 축제를 통해 비혼을 이유로 겪어야 하는 차별에 대해 좀더 많은 사람들이 좀더 다양한 방식으로 고민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비혼이 삶의 한 가지 방식으로 당당히 드러나는 그날까지 비혼여성축제는 계속 될 것입니다.
행사 내용
일시 : 2007년 3월 10일 토요일 3시부터
장소 :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내용 :
1부: “미혼 말고 비혼! 그녀들의 신나는 무대”
– 비혼에 관한 가장 적나라한 진실! “OX퀴즈퀴즈”
– 이 순간만을 기다려 왔다! “비혼들의 자유발언대”
– 언니네가 만들었어요~ “비혼축가 부르기”
– 비혼 예술인들의 화려한 공연
– 웃다가 사망주의, “꽃다방 야성녀들의 비혼 꽁트”
2부: 우리는 당당한 비혼여성입니다. 비혼들의 통과의례, “비혼식”
– 서로서로 축복을! “함께하는 주례”
– 신성한 선언의 자리, “비혼선언문 낭독”
– 집안의 가보로 남을 “비혼기념촬영식”
* 비혼식에 참가하는 열분은 붉은빛 망토를 두르고 하객들의 축하를 받습니다.
* 비혼여성축제에 오시는 모든 참가자 분께 붉은색 꽃 코사지를 선물합니다.
3부: 내 생에 가장 아름다운 만찬, “비혼식 피로연”
부대행사: “천개의 빛깔, 천개의 목소리, 비혼들의 다양한 삶 전시회”
– 비혼생애주기 그려보기
– 비혼을 대체하는 새로운 언어 만들어보기
– 언니네 비혼살롱 홍보 판넬 전시
– ‘비혼생활백서’ 나누기
* 언니네 비혼살롱 : “비혼으로 함께 잘살자” http://www.unninet.net/jalsalza0
세부 행사내용
‘1회 비혼여성축제’에서는 비혼과 관련된 퀴즈를 풀어보는 시간, 비혼인들의 속시원한 이야기를 들어보는 ‘비혼자유발언대’, ‘비혼과 관련된 꽁트 공연’ 등 각종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비혼자유발언대와 OX퀴즈>
‘비혼자유발언대’에서 발언한 ㅁㅁㅁ(34세)씨는 ‘비혼들은 자신이 비혼임에도 불구하고 행복하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하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다’ 며 ‘사람이 살다보면 넘어지고 지칠 때도 많은데, 비혼이 그런 경우에 닥치면 주변에서 일으켜 세워주기보다 그러니까 결혼해라, 는 식으로 강요한다.’ 고 말하며 그동안 쌓였던 이야기를 풀어냈습니다. 문미정씨는 ‘예전 비혼 세대들이 고립된 삶에서 벗어나기 힘들었다면, 이제는 비혼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함께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며 비혼 친구들의 소중함에 대해 강조하고, 비혼들의 대안적이고 새로운 삶을 만들어 나가자고 힘주어 이야기했습니다.
두 번째로 발언한 ㅇㅇㅇ(24)씨는 비혼여성축제를 준비하는 내용이 인터넷 뉴스에 떴을 때, 자신의 사진이 공개되자 ‘얼굴 보니 그럴 만하다’, ‘오빠네트워크를 결성해 비혼년들을 타도해야 한다’ 는 등의 악플이 달렸던 사실을 토로하며 이런 악플에 의기소침하기보다 즐겁게 비웃어주며 더욱 열심히 비혼 이슈를 활성화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행사에 참여한 백여명이 넘는 참가자들 또한 이들의 자유발언에 호응하며 강한 공감을 보냈습니다.
OX퀴즈에서는 비혼과 관련된 문제들이 출제되었습니다. 비혼들이 입양을 할 수 있다, 없다, 비혼인들이 자신의 재산을 상속받을 상속인을 지정할 수 있다, 없다 등의 문제가 출제되었습니다. 답은 모두 있다, 였습니다.
<축하공연>
본 행사에 들어가기 전 축하무대로 여성힙합듀오 ‘챕터투’의 공연과 스윙을 추는 여성그룹 ‘스윙시스터즈’의 춤 공연이 있었습니다. 챕터투는 ‘비혼여성축제 무대에 서게 되어 기쁘다,’ 며 비혼여성들에게 지지와 환호를 보냈습니다. 또 홍대 클럽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주영’씨의 비혼축가 공연이 있었습니다. 이주영씨는 자신의 곡에 비혼과 관련된 가사를 붙여, ‘비혼이 미혼 오타라고 우겨서 짜증이 나’, ‘셀 수 없이 많은 억압들이 짜증이 나’ 라는 솔직한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비혼식>
본 행사로는 비혼들의 새로운 통과의례, ‘비혼식’이 거행되었습니다. 비혼을 선택한 여섯 명의 비혼인들이 와인색 망토를 두르고 레드카펫을 밟으며 무대로 입장해 ‘비혼선언문’을 낭독하고 하객들의 축하는 받는 자리였습니다.
비혼선언문의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비혼 선언문–
우리는 비혼 여성입니다.
결혼 하지 못한 미혼여성이 아닌, 결혼 하지 않은 상태를 선택한 비혼여성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고립된 섬을 선택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홀로 꽃필 수도 있고, 함께 꽃필 수도 있는 자유롭고 완전한 존재입니다.
우리는 배타적인 정상가족과 결혼제도를 넘어 새로운 공동체를 꿈꿉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생활방식으로 살아나가며, 다름이 문제가 아닌 더 큰 힘이 되는 공동체를 만들려 합니다. 우리는 가장 나다운 방식으로 멋지게 살아나갈 것이며, 비혼 차별이 없어지는 그 날까지 비혼 여성임을 자랑스레, 끊임없이 선포할 것입니다.
오늘 우리는 자유를 열망하는 사람들의 떠들썩한 축복 속에서 비혼으로 홀로 또 함께 잘 살겠노라고 신성하게 선언합니다!
비혼식이 끝난 이후에는 비혼축제 기획단에서 작사·작곡한 ‘비혼송’을 함께 부르며 축제의 기를 더했습니다. 비혼송 악보는 맨 아래장에 첨부합니다.
본 행사는 오전한때의 거센 비와 강추위에도 불구하고 백이십여명이 넘는 인원이 참가해 성황을 이루었으며, 행사가 끝난 이후에는 피로연 장소로 이동해 즐거운 파티를 벌였습니다. 참가자들은 비혼공동체의 상상이 현실로 이루어지는 희망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이며 축제를 마무리했습니다.
언니네트워크
여성주의 커뮤니티 포털 사이트 ‘언니네(www.unninet.net)’를 기반으로 2004년 11월 설립된 여성단체이다. 페미니즘 캠프, 감자모임, 달빛 시위, 여성평화기행,「언니네 방」출간, 액션박람회 등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전화 02-3141-9069 | E-mail : unni@unninetwork.net 홈페이지 http://www.unninetwork.net 주소 : |
문의 : 언니네트워크 액션나우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