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부터는 책방꼴 꼴키퍼들의 짧은 글들로 홈페이지의 한조각을 채웁니다.
꼴키퍼들이 소개하는 계절에 어울리는 책, 음악 소개 등 다양한 방식의 글들을 보내드릴 예정이니 많은 기대 부탁드려요.
– by 한쏭
숨 쉬는 법을 잊어버렸다.
숨 쉬듯 자연스럽게, 숨 쉬듯 편안하게 라고 말하지만, 그 때의 나는 ‘숨 참고 다이브’하고 있는 순간이 많았다. 도대체 얼마나 숨을 안쉬었던 거지? 근데 숨을 어떻게 쉬더라? 코로 들이마시고 코로 내쉬던가? 아, 나 비염있는데 입을 좀 벌리고 있어야 수월하겠지? 일분에 몇 번을 쉬어야 자연스러운 거지? 아니, 이렇게 인식하고 행동하면 자연스럽게 숨을 쉴 수가 없잖아. 오랜시간 앉아있으면 알림을 주는 스마트 워치처럼, 몇 분마다 알람을 맞추고 숨 쉬는 연습을 했다. 인헬, 엑스헬. 후. 아. 후. 아. 근데 이거 혹시 부정맥은 아니겠지. 제발.
여섯 달 넘게 하루 일과가 [일-뭐라도 먹기-일-쪽잠-일]로 이어지던 시기였다. 분명 하루 종일 일을 했음에도, 해야할 작업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고, 하나의 작업을 마무리했다 생각하면, 기다렸다는 듯 수정을 알리는 메일이 왔다. 오랜 업무 스트레스가 심리적 불안으로 이어져 몸과 마음을 조각내고 있었다. 정말 이러다 큰 일 날 것만 같았다.
한동안 멀리했던 책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책 좀 읽어야 겠’어서가 아니라, 나를 억지로라도 컴퓨터에서 멀어지게 만들어야 할 뭐라도 필요 했다. 그냥 나한테 필요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드는 책 읽기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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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의 목적으로 숨 쉬기, 책 읽기, 걷기 이 세가지를 한 지 4개월정도 되어간다. 정말 숨쉬기를 운동으로 하고, 독서 의자(이 의자에서는 오로지 책만 읽는다)를 마련했으며, 걷기 위해 걷는다. 물론 아직도 가끔 숨 쉬는 걸 잊는다. 하지만 그 발생 빈도도, 갑갑함을 느끼는 시간도 예전만큼은 아니다.
마음에 불안이 가득했던 날에 큰 도움을 받은 책을 언니들과 공유하고 싶다.
<호호호> 윤가은
그런데 그즈음부터 숨 쉬는 데 조금씩 이상을 느끼기 시작했다. 인후염인가 싶어 감기약도 먹어보고, 비염이 생겼나 싶어 알레르기 약도 먹어봤는데 증세는 점점 심해지기만 했다. 사실 어딘가 특별히 아픈 건 아니었다. 그냥 숨 쉬는 법을 자꾸 잊어버리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가만히 있어도 갑자기 숨이 가빠왔고, 숨이 턱까지 차올랐는데도 잘 내 쉬어지지가 않았다. 괴상한 노릇이었다. 숨 쉬는 건 원래 자동 아니었나? (58p)
– 아니 읽다가 내 얘긴 줄 알고 깜짝 놀랐지 뭡니까. 윤가은 님의 증상 완화제는 ‘혼코노’ 였다고 한다. 그리고 나도 집 근처 개업한 코노를 알아두었다. 혹시라도 내 증상이 또 발현되면 가보려고.
<고작 이 정도의 어른> 남형석
– 제목만 보고는 고작 그렇고 그런 꼰대 모음집 또는 반성 수필 정도로 여겼지만, 추천사에 홀려 읽기 시작하고, 밑줄을 얼마나 많이 그었는지 모른다. 고작 이 정도의 어른이 쓴, 꽤 빼어난 책이다.
<전국축제자랑> 김혼비, 박태하
– 상태가 너무 안 좋아 며칠간 밥도 못 먹었던 시기가 있었는데, 책이 식욕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는 걸 알았다. 문장들이 너무 웃겨서(심지어 문장과 문장 사이도 웃겼다) 왜 힘들었는지 까먹을 정도로 소리내서 웃었던 것 같다. 김혼비의 책이라 어느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 부부 뭔가 엄청나다.
<불안이 나를 더 좋은 곳으로 데려다 주리라> 임이랑
– 불안한 마음을 벗어나 보겠다고 ‘불안’이 키워드인 책을 한창 사모았다. 막상 사고 나서는 읽고 싶은 맘이 시들해져 한동안 펼쳐보지 않았지만, 가지고 있는 것 만으로도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집안에 비상약을 구비하듯, 불안한 마음에 비상책 정도라 할까. 실제로 그 역할을 톡톡히 한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