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꼴 코너는 매달 꼴키퍼들이 계절에 맞는 문화 컨텐츠를 소개하는 책방꼴의 연재글입니다.
by. 호수
요즘 나의 책을 읽는 패턴이 삽화성과 닮아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삽화는 증상이 계속 지속되지 않고, 일정 기간 나타나고 호전되기를 반복하는 패턴을 보이는 것을 의미한다는데, 몇 달 동안 몇십 권을 몰아서 읽다가 몇 달간은 아예 한 권도 읽지 않는 양상들이 닮아있다.
원래 독서 기록을 하지 않는 편이었지만 휘발하는 기억이 아쉬워서 다이어리에 간단하게 날짜, 책 제목 정도만 기록하기 시작했다. 올해 초에는 거의 읽지 않다가, 7, 8, 9월에는 끊임없이 읽다가 10, 11월은 주춤하고. 요즘은 날이 추워지면서 근처 도서관에서 다시 책을 왕창 빌리고 싶은 마음이 커지고 있다. 겨울은 따뜻한 이불 속에서 귤을 까먹으며 책 읽기 좋은 계절이니까. 함께 읽기 좋은 책들을 언니들에게 소개하고 싶다.
1) 이만큼 가까이 – 정세랑
개발 이전 파주에 살았던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다룬 장편소설. 청소년 때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지만 성인이 된 후의 내용도 다룬다. 일인칭 시점인데, 한편으로는 이기적일 만큼 자의식이 강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저 관객처럼 주변 사람들을 찍는 입체적인 주인공의 서술이 매력적이다.
2) 소란한 보통날 – 에쿠니 가오리
“지난 반 년 사이에, 한밤의 산책이 습관이 되고 말았다. 그것은 내 불규칙한-혹은 규칙 없는-생활에서 유일하게 규칙적인 것이랄 수 있었다. … 밤공기는 낮 공기보다 산소가 짙은 듯하다. 그래서인지 숨쉬기가 아주 쉽다.”
전반적으로 문체가 따뜻해서 겨울에 읽기 좋다. 겨울의 맑은 밤공기를 마시며 산책하고 싶어지는 책.
3)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 양귀자
“개인적인 치정 놀음이야 간섭할 바가 아니지만 왜 하필이면 가정이 있는 유부남을 택했냐는 여러분들의 비난은 그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러나 말입니다. 바로 여러분 남성들이 유포하고 심화시켜온 성의 개방과 확장에 관한 논리에 의하면 그것은 제약 없이 자유로워야 합니다. 그렇기에 낮에는 짐승의 세계로 치닫는 이 땅의 성문화를 개탄하고 밤에는 동료들과 밀실에 앉아 영계를 주문하는 일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 아닙니까.”
90년대 소설인데 지금 봐도 파격적인 서사이다. 급진적 페미니스트가 유명 남배우를 납치 감금하는 내용으로, 흡입력이 강하고 전개가 쫄깃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