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꼴 코너는 매달 꼴키퍼들이 계절에 맞는 문화 컨텐츠를 소개하는 책방꼴의 연재글입니다.
by 나기
2022년은 책방꼴 5주년인 해였다. 5주년이니까 기념으로 이런 이벤트를 해볼까 저런 이벤트를 해볼까 했지만 꼴키퍼들의 들쑥날쑥한 스케쥴과 언니네트워크 18주년 행사 준비로 인해 꼴의 5살은 흐지부지 지나가버렸다.
연말에 핸드폰 및 각종 전자기기에 저장된 사진을 정리하려고 들여다보니 내 아이패드에는 책방꼴을 준비했을 당시의 스케치가 가득했다. 책장 어디에 어떤 책을 넣을지, 책장은 어떤 사이즈로 몇 개가 필요할지, 특별서가는 어떻게 만들지, 굿즈는 어디에 배치할지, 홍보 포스터는 어떻게 만들지… 책방꼴 준비위원회를 같이 해준 사람들의 기억과 함께 왜 책방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지도 새록새록 떠올랐다.
이제까지 이렇게 많이 출간된 적이 있었나 싶게 하루가 다르게 쏟아져나오는 페미니즘 신간과 우리가 이 작가를 알려야 한다며 열변을 토하며 구비해놓은 여성소설작가 전작, 어린이/청소년을 위한 작품도 구비해야된다며 조금이라도 퀴어하게 해석할만한 건덕지가 있는지 찾아서 꽂은 동화책까지 한정된 책장에 자기가 원하는 책을 집어넣으려고 애썼던 회의들. 하루라도 더 책방에 가서 서가 배치도 바꾸고 책방 데코레이션도 바꿨던 초반의 에너지도 떠올랐다.
떠올랐다고 해서 쉽게 열정이 다시 지펴지지 않는 것을 보면 6년차 꼴키퍼는 약간 마음이 낡은 상태인 것 같은데 이럴 때 제일 좋은 연료는 역시 좋은 책이다. 좋은 책을 읽다보면 갑자기 마음이 울렁거려서 ‘그래! 이 책을 사방팔방 널리 알려야돼! 나만 알 수 없어!’하는 알 수 없는 불길이 타오른다. 책방꼴 매출 1등 공헌자이자 책덕후로 2023년이 시작된 후 벌써 산 책이 두 자리수에 접어들었는데… (파트너가 나를 째려볼지도) 장바구니에 담는 것만으로도 두근거렸던 책을 소개한다.
1.여기는 무지개집입니다
아직 첫 챕터밖에 못읽었는데도 두근거린다. ‘언젠가 한 집에 모여 살자’, ‘한 동네에서 살자’는 말을 스쳐지나가는 바람이 아니라 현실화한 망원동 퀴어타운 ‘무지개집’이 누구들의 에너지로, 어떤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졌는지 읽다보면 “나도?!”하는 마음이 절로 들썩인다. 누군가의 옆구리를 쿡쿡 찔러 새로운 퀴어타운을 만들고 싶어지는 것이다. 책 너머에 쌓여있는 그간의 마음고생도 느껴지고 계속 작은 박수를 보내며 읽게 된다.
2. 애도하는 게 일입니다
올해도 부고로 시작한 탓에 이 책이 정말 반가웠다. 오랜기간 무연고사망과 ‘무연고화’하는 한국사회의 구조적 문제에 목소리내고 활동해온 나눔과나눔의 활동가가 이에 대한 단행본을 냈다. 아직 읽지 못했다. 책방꼴에 들어오면 바로 살 거다.
3. 이렇게 맛있고 멋진 채식이라면 1,2,3
스트레스를 받으면 요리책을 읽는 게 나만의 해소법이다. 비건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을 때 온 마음과 몸을 다 써서 부딪혀준 여러 언니네트워크의 언니들 덕분에 가능한 한 고기 소비를 줄여서 하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이렇게 맛있고 멋진 채식이라면> 시리즈가 흔하지 않은 채식 요리법을 알려줘서 많은 도움이 됐다. 음식 사진이 ‘아름답다’고 할 정도로 훌륭하게 실려있어서 더더욱 채식을 매력적으로 보이게 한다. 그냥 훌훌 넘겨보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줄어든다.
4. 이렇게 잘 쓰려고 그렇게 열심히 돈을 번 겁니다
3권만 추천하라는 법은 없으니까. 새해, 부자되는 법말고 내 욕망을 들여다보고 소비와 좋은 관계맺기를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추천한다. <적정소비생활>이 절판된 탓에 워크북 형태의 책만 나오고 있지만 오히려 가계부 실전연습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더 좋을지도 모르겠다. ‘소비감정’, ‘감정결산’에 대한 개념을 알고 나면 그동안 왜 소비를 줄이는 게 어려웠는지 알게 된다. 늘 4인정상가족의 생애주기에 맞춰진 재테크 이야기만 듣고 심드렁했다면 1인가구를 위한 이 책을 함 잡솨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