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꼴 코너는 매달 꼴키퍼들이 계절에 맞는 문화 컨텐츠를 소개하는 책방꼴의 연재글입니다.
by. 시엘
한동안 미친듯이 웹소설을 읽었다. 무슨 이유였을지는 모르겠지만, 중독적으로 집중할 게 필요했었나보다.
가볍게 읽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웹소설은 일반적인 상업소설과 다르지 않았다.
지금 생각하면 그저 플랫폼의 차이가 아닐까 싶다. 종이에서 태어난 글들과는 달리 디지털에서 태어난, 종이로 나오는 책들도 기본적으로는 디지털 작업이 보통일테고, 디지털 책으로도 나오긴 하지만.
웹소설은 가벼운 편이지만 가볍지만은 않다. 세태를 따르고 대세를 따르다보면 결국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밖에 없으니까.
유사 중세 배경의 이야기에서 성차별을 다루고, 소수자를 다루고, 직장인의 애환을 다루고… 팔리는 글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법이니.
회귀, 빙의, 환생(주로 회빙환이라고 부르는)은 지옥같은 현실을 벗어나서 즐거(ㅂ지만은 않지만)운 세계로 달아나고 싶은 사람들의 마음을 대리만족시켜주는 것이기도 하고.
퀴어한 소재의 퀴어한 이야기를 퀴어하지 않게 읽기 쉬운 곳이기도 한 것 같다.
웹소설이라는 플랫폼이 퀴어한 이야기가 퀴어하게 읽히기 쉬운 곳이 될 수 있길 바라며 읽었던 소설들 중 다시 읽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이야기들을 짧게나마 소개해본다.
<의원, 다시 살다> 과로(는 좀 장난스럽게 다루고 있긴 하다)와 PTSD에 대해 조심스럽게 다루고 있는 무협지 빙의 소설. 현대사회 위생관념이 최고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기도…
<이번 생은 가주가 되겠습니다> 위에서 이야기한 성차별을 이야기하는 유사중세 배경의 인기작. 주인공이 빙의 후 회귀까지 한 후에 집안의 가주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예쁜 남자가 몇 (집착 속성으로)붙어있고 주인공의 능력으로 예쁜 남자들을 잘 키워서 써먹는 중이다. 동일작의 웹툰도 잘 만들었다.
곁다리 추천 <신데렐라를 곱게 키웠습니다> 원작 소설은 보지 않았고, 웹툰으로만 봐서 곁다리. 성차별과 외모지상주의, 여성 가장 한부모 가정, 육…아?의 고통 등을 그려내고 있는 작품.
<에보니> 본격적으로 성차별을 다루는 유사중세 배경 소설. 성차별이 심각한 사회에서 ‘남성’을 살인했다는 혐의를 받은 ‘여성’이 사회변화를 이끌어가는 이야기. 여성 교도소에서 쌓은 여성 연대의 이야기가 인상적이기도 하다.
<데뷔 못하면 죽는 병 걸림> 텍스트돌 덕질을 하게 만든 회귀, 빙의 소재 소설. 아이돌 직업군에 대해 잘 다루고 있고, 정신질환과 자살에 대해 다루고 있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