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작성 : 하다
8월 20일 책방 꼴에 10여명이 모여 ‘파트너십과 우정, 그리고 질투’를 테마로 <사랑과 전쟁>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일상적 대화, 고민나눔, 취미생활, 여행, 친밀한 스킨십’을 꼭지로 하여 자신이 공유를 원하는 대상(혼자, 파트너, 친구, 원가족 등)의 비율을 기록해본 후, 파트너가 질투를 느끼는 부분에 대해 대화했습니다. 반대로 같은 꼭지에 대해 파트너가 공유를 원하는 대상과 내가 질투를 느끼는 부분에 대해서도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모두 파트너쉽의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었으나 질투 및 욕구를 느끼는 부분이 달랐고 그것을 해결하는 양상이 달랐습니다. 우선 개인마다 ‘일상적 대화’에 대한 시각이 다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일상적 대화란 파트너에 대한 관심의 척도라고 생각하기에 “오늘 뭐 먹었어?” 등의 대화가 필수적이라고 생각하는 관계가 있던 반면, 이와 같은 대화는 누구와도 나눌 수 있는 것이기에 소비적이라고 생각하는 관계도 있었습니다. (이 둘이 파트너 관계이기에 초기에 마찰이 있었던 것은 비밀)
여행과 같은 취미생활을 호들갑을 떨며 다채롭게 즐기고 싶어 무던한 집콕 애인의 동의하에 본인과 결이 맞는 친구들과만 여행을 즐기는 파트너 관계도 있었습니다. ‘본인이 혼자 있는 시간’을 ‘자신만의 시간’이라고 생각해 혼자 즐기는 파트너에 대해 “왜 너 혼자 있어? 나도 혼자 있어!”라고 서운함을 표현하며 ‘본인이 혼자 있는 시간’을 ‘파트너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하는 관계도 있었습니다.
다양한 관계양상과 다양한 의견이 오갔으나, 기획단에서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은, “각 꼭지에 대한 욕구 자체가 개개인마다 크거나 적을 수 있으니 그 전체 비율을 개인이 설정할 수 있도록 활동지 수정이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애초에 ‘일상적 대화’의 욕구가 크지 않아 파트너 및 친구들과 그 시간을 공유하지 않는 사람도 있었고, ‘고민나눔’의 욕구가 커 파트너뿐만 아니라 여러 친구들과 그 시간을 공유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질투의 감정을 강화하는 요소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처음 프로그램을 준비했을 때 예상한 것은 파트너와 나 이외의 사람들이 나누는 교류 자체에 대한 질투나 불안이 문제가 아닐까 생각했던 것과 달리 중요한 것은 ‘파트너가 나를 얼마나 중요한 사람으로 여겨주느냐’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중요하게 여겨진다고 느낄 수 있는 행동이 서로 다르다는 점이 갈등의 내용이라는 점을 나누었습니다.
이번에는 특별히 비혼여성과 돌봄을 주제로 연구하고 있는 연구자의 참여관찰 속에 진행되었습니다. 연구자의 감상은 “인간 간의 관계에 대해 이렇게 심도 있게 생각하는 모임이 있다는 것이 생경하고 이런 자리가 더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더불어 “이렇게 파트너와의 관계만으로도 생각할 거리가 많은데 개인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공동체 모임의 진행에 회의감이 든다”는 웃음섞인 발언에는 참여자와 기획단 모두가 웃을 수밖에 없는 유쾌한 분위기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이번 프로그램에는 새로운 참여자 두 분도 함께 하며 본인들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본인들의 관계에 이번 프로그램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기를 바라며 다음 프로그램에서도 다시 뵐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다음 모임은 10월에 열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