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긴 코로나의 시대가 끝나간다는 것을 느끼고 있는 요즘입니다. 오랜만에 여성주의자기방어훈련 팍을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으로! 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 7월 6일/9일과 7월 20일/23일 여성주의자기방어훈련 여름특강 기초편이 진행되었습니다.
7월 6일과 7월 20일에는 온라인으로 여성주의자기방어훈련이 무엇인지와 기본자세를 취하는 법에 대해 배웠습니다. 자기방어훈련의 유구한 역사와 연결되는 것만으로도 요상한 기운이 솟구쳤는데요. 서프러제트가 경찰의 진압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신체훈련을 열심히 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온라인 교육에서는 기본자세를 살짝 연습해보았습니다.
기본자세란
- 위협을 등 뒤에 두지 않고 마주보고
- 상대방의 행동을 파악할 수 있을 정도의 위치에 시선을 두고
- 상대방을 진정시키는 메세지를 전달함과 동시에 내가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효과적으로 뻗을 수 있게 손을 위치시키는 것입니다.
온라인 수업 때도 연습을 했지만 실제 모여서 신체훈련을 하는 것만큼 효과적인 게 없죠!
1차 여름특강에는 무려 17명의 참가자들이 모여서 훈련을 진행했어요. 인원 수가 많은만큼 기합도 우렁찼습니다.
기본자세를 취하는 것만큼이나 우리가 열심히 연습한 것은 나의 부정적인 감정을 전달하고 상황을 종료시키는 언어를 연습하는 것이었습니다.
“기분 나쁩니다.”
“가까이 오지 마세요.”
“그만 하세요.”
왜 이러시냐는 질문보다는 (나는 정말 그게 궁금한 게 아니니까!) 상대의 행동을 중지시킬 수 있는 정확한 표현을 해보는 것은 중요해요. 우리가 잘 못하는 것이기도 하고요. 한 사람이 선창하면 다른 훈련자들이 같은 문장을 반복해서 말하는 연습을 했는데 훈련장이 꽉 차도록 소리가 울리는 게 약간 소름돋을 정도로 좋았답니다. 진짜 언제 어디서고 내가 상대방에게 방어의 말을 할 때 자기방어를 훈련한 언니들이 여기 저기서 함께 외쳐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상상을 해보았습니다.
그외에도 위험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위험상황을 여전히 마주보면서 탈출경로를 함께 살피는 연습, 안정적 대피를 위한 스탭밟기 연습을 진행했습니다. 마지막에는 타격 훈련도 함께 했는데 시간이 살짝 부족했던 것이 아쉬웠네요. 같이 아쉬웠던 분이 있다면 추후에 열릴 자기방어훈련 심화학습을 기다려주세요!
1차 여름특강 참가자들은 여성주의자기방어훈련을 다음과 같이 정의했습니다.
나를 안정적인 곳에 두고 타인에게 그만하라고 하는 것
상황에 대한 통제력 더 확보하기
처음에는 몸을 지키는 것에 국한해 생각했으나 수업에 참여해 보니 나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것에서 스스로를 지키는 데서 시작하는 게 자기방어훈련이라 느끼게 됨
위협을 가하는 상태에게 맞서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수업 후엔 나의 강점을 배우고 기회를 맞이했을 때 맛서는 방법을 배우는 법에 가깝다는 생각을 하게 됨
실생활에서 더 강해질 수 있는 자신감의 근거
나를 지키고 두려움에서 벗어나는 일. 주도성을 갖는 일
많은 참가자들이 ‘나를 아는 것’이 자기방어훈련이라고 답해주셨어요. 짧은 훈련시간이었지만 조금이라도 더 자기 몸의 활용법과 나의 불편한 점, 더 편한 움직임과 원하는 말을 알아가는 시간이 되었다니 다행이었습니다. 🙂
23일에 이뤄진 2차 특강 때는 참가자 수가 조금 적었는데요 그래도 오붓한 분위기에서 잘 진행되었습니다.
이날은 나에게 안전한 거리를 감각하는 것과 타격훈련이 참가자들에게 와닿은 활동이었던 것 같아요. 나에게 위협이 되지 않는 거리도 중요하지만 내가 ‘대응할 수 있는’ 거리라는 것도 중요한데요. 상대방과의 거리를 넓히기 위해 뒤로 물러날 때 뒷부분에 공간이 있는지 살피는 것, 상대와 내가 팔을 뻗었을 때 스치는 정도의 거리를 만드는 것을 연습해보았습니다.
물론 처음에 거리유지에 실패하더라도 우리는 언제나 상대방에게 물러나라고 하거나 내가 한 발 뒤로 물러서거나 더 안전한 옵션을 다양하게 취할 수도 있는 거죠!
타격훈련의 가장 중요한 메세지는
- 나의 강한 부분을 인식하고
- 상대를 나보다 키가 크거나 몸집이 크거나 힘이 세다는 덩어리로 인식하는 게 아니라 부분적으로는 약한 부분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 나의 강한 부분과 상대의 약한 부분을 만나게 하라는 것입니다.
턱, 옆구리, 배, 생식기부위, 종아리뼈, 발등 등 생각보다 몸의 약한 부분은 많아요.
이날의 훈련에서는 회전력을 사용하여 타격을 훈련하고 우리에게 ‘타격’도 옵션일 수 있다는 것을 알아가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2차 훈련 참가자들은 여성주의자기방어훈련에서 가장 기억하고 싶은 내용을 이렇게 이야기했어요.
적극적인 의사표현, 신체의 가동범위를 늘리는 것, 나의 강한 부위와 상대의 약한 부위를 파악하는 것 등 너무 유용했어요.
일상에서 경계감각을 깨닫기 어려운데 훈련을 통해 나에게 경계가 있고 목소리가 있으며 힘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각인하게 되는 것 같아요!
가해자가 뒤에서 끌어안는 공격, 침해를 할 때 나의 뒷통수나 팔꿈치, 발로 상대의 안면 (코, 입)턱, 배, 정강이 등 약한 부분을 공격하여 방어할 수 있다.
방어나 공격이 생각한것처럼 잘 안되더라도 가해자가 저지른 공격과 범죄는 가해자 책임이다. 이로 인한 창피와 수치심 죄책감은 가해자의 몫이다. 자책하지 말자.
나에게도 강한 부분이 있다는 걸 잊지 말기 아니요라고 사과하라고 말하는 법을 잊지 말기!
나를 억압하고 침해하는 사회에서 언어적으로 신체적으로 말하고 발산하는 것을 계속 기억하고 싶어요:)
훈련 중 힘든 순간이 종종 찾아왔지만 끝까지 잘 훈련을 마친 참가자들에게 모두 박수를 보내요.
훈련이 기억 속에서 아스라이 잊혀져가기 전에 또 만나서 신체감각을 이어갈 수 있기를 바라고, 이번에 참여못해본 분들도 다음에 꼭 많이 참여하시기를 바랍니다. ^^ 여름 잘 보내고 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