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언니네트워크 사무지기 시엘입니다.
지난 9월 9일 언니네트워크에서는 “넌 할 거야?” 라는 제목으로 동성혼 해외 신고 사례와 최근 발의된 두 개의 생활동반자법에 대해 들어보고 이야기나눠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우선 정혜라 연구자님의 동성혼 해외 신고 사례 연구에 대한 발제를 들었는데요. 법적 부부라는 역설과 국가의 가족 정치를 중심으로 이야기해주셨습니다.
과거에 시작된 법률주의 혼인제도에서 동성 커플의 혼인신고서 접수 후 불수리 통지서를 받게 되는 현재까지의 흐름과 국가의 가족 규정 방식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결혼을 하게 되는 현실적인 이야기까지 이어졌습니다. 실제 해외 혼인신고 접수를 진행했던 연구참가자들의 사례는 모두 흥미로웠는데요. 어렵게 미국에서 결혼을 하고 혼인신고를 하고 나니 법 앞의 준비된 존재가 되는 과정이라는 생각에 허탈해했다는 분과 어려운 과정을 거쳐 오면서 준비했던 일들이 눈앞에 스쳐지나가면서 눈물을 흘렸다는 분들의 비교는 정말 흥미로웠습니다. 두 사례 모두 국가가 동성의 결합으로 이루어지는 가족을 배제했기 때문에 힘든 여정을 거쳐야했다는 것은 같았습니다.
국가가 정의내리고 인정하는 가족을 만들어내는 억압적 권력과 그에 맞서 새로운 가족을 상상하고 바꿔나갈지 고민해보겠다는 이야기로 발제를 마치셨습니다.
두번째 발표는 나기 활동가가 진행했는데요. 짧게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어진 생활동반자법 발의까지의 역사를 소개해주었는데요. 다양한 형태의 가족들이 늘어난 현시점에서 이제는 권력자들의 입장에서도 필요해진 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후는 장혜영 의원의 발의안과 용혜인 의원의 생활동반자법 발의안을 비교하며 살펴보았습니다. 전체적인 줄기는 같지만 차별금지원칙 여부와 동거부양협조의 의무 여부, 친양자 입양 관련 내용의 여부 등의 차이에 대해 살펴볼 수 있었고, 일방해소가 가능한 조항이 보여주는 차이, 1대 1의 관계에서만 가능한 법안이라는 점과 다양한 부칙들의 추가 여부와 혼인관계와의 차이도 살펴보았습니다.
발의된 두 개의 생활동반자법에 대한 가장 큰 쟁점은 1) 2인의 대한민국 국적의 성인만 가능하다는 점 2) 결혼과 생활동반자관계가 동시에 존재할 수 없다는 점 3)일방의 의사로 해소가 가능하다는 점 4) 해소가 가벼운 점에 비해 입양이 가능하다는 점이 아닐까 하는 이야기와 함께 마지막으로는 우리가 생활동반자법에 거는 기대가 무엇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로 발제를 마무리지었습니다.
잠시 쉰 후에 발제에 대한 질문과 답변 등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는데요.
연구 참가자들의 커밍아웃 여부와 원가족과의 관계에 대한 질문에 혜라 님은 인터뷰 하시면서 논문 하나 새로 쓰셔야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이야기로 웃음을 주셨습니다. 연구 참여 자체가 일종의 거름망 역할을 했고, 원가족과의 관계나 친구들과의 관계가 혼인신고에 큰 영향을 주었을 거라는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나기 활동가의 발제인 생활동반자법 관련해서 상속증여 미보장과 공유재산 분할이나 재산 약정 가능 관련 질문을 해주셨던 분도 계셨는데요. 이혼과 상속의 재산분할 차이와 외국의 사례, 친양자 입양에서 생기는 문제 등 다양한 부분들을 이야기하고 실제 사례들을 들어가며 세세한 답변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한 분은 용혜인 의원의 생활동반자등록법 발의안에 “제23조(생활동반자 간의 의무) 생활동반자는 동거하며 서로 부양하고 협조하여야 한다.” 규정이 있는 것에 대해서 아래와 같은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생활동반자도 그냥 생각만 했을 때는 당연히 나오면 해야지 이런 막연한 생각이 있었는데 (발제를 들으니) 어떤 생각이 드냐면… 사실 생활동반자가 필요한 사람들은 돈이 많은 사람보다는 돈이 없는 사람이 더 많다고 생각하거든요. 실제로 저는 지금 기초생활수급자인데 기초생활수급자가 되려면 주거하고 있는 곳에 제가 세대주여야 해요. 그런데 파트너랑 같이 살고 있는데 파트너는 LH지원을 지금 받고 있어서 이 파트너도 세대주여야 되는 입장이고 우리는 둘을 합칠 수가 없거든요.
그래서 주거지 등록이 따로 되어 있는데 파트너랑 같이 살기 위해서 그냥 사실 불법이고 몸만 같이 살고 있는 약간 이런 형태로 살고 있는데 아까 얘기를 들어보니까 동거를 당연히 해야 된다 이런 얘기를 들으니까 이게 (생활동반자법이) 내일 당장 될 건 아니지만 만약에 됐다고 쳐도 시뮬레이션 돌려보니까 우리가 동거하고 있다는 거를 어떻게 입증을 해야 되지 이런 생각이 들면서 둘 중에 한 명은 세대주를 포기해야 되는데 내가 포기하면은 나는 수급자가 탈락이 되고 그래서 뭔가 많은 것들이 바뀌어야 되는데, 파트너가 만약에 포기를 하게 되면 파트너의 집을 빼앗기는 너무 엄청난 일이 있어서, 이게 된다고 해도 당장 현실적으로…
그런데 나만 이런 상황에 처해 있나 아니면 돈이 없는 사람들 이런 상황에 처해 있는 커플이나 아니면 친구나 이런 사람들이 많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되게 생각보다 어렵다라는 생각이 좀 들거든요.
여전히 주거정책이나 복지제도가 개인이 아닌 ‘세대’를 기준으로 대상자를 선별하는 상황에서 사회보장제도의 변화없이 생활동반자등록법에 의한 관계를 등록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고, 계급적인 문제에 대한 고민이기도 했습니다. 동거하지 않는 가족과 생활동반자가 있을 수 있다는 상상력의 부재에 따른 결과물인지, 통과를 목표로 한 현실적인 타협안인지는 좀 더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 외에도 다양한 질문이 있었는데요. 연구 참여자 모집 방법이나 영미권 국가에서 주로 혼인신고가 이루어진 배경, 생활동반자법에 해소에 귀책사유가 없는데 실제 귀책사유가 있다면 어떻게 다룰 수 있을지, 경제적으로 한 쪽에 의존하는 관계는 혼인과 생활동반자관계에서 어떻게 다른 위치를 가질지 등 여러가지 이야기를 함께 나눌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회원 행사로 준비했었는데 비회원 분들이 꽤 많이 참여해주셔서 동성혼과 생활동반자법에 대한 많은 관심도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언니네트워크에서는 앞으로도 관련된 행사를 준비해서 이야기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참가자 분들의 후기를 공유하며 마치겠습니다. 발제자 두 분과 참가자분들 모두 즐거웠어요!
올해 대학에 들어가게 되고 나의 퀴어 정체성에 대해 인지하게 되어서, 그리고 내가 뭔가 깊이 찾아보는 것에 관심이 없어서 오늘 이야기들이 되게 다 새롭고 유익했다.
생동법은 결혼과 달리 한사람의 의지만으로 계약이 해소된다고 합니다. 이에 많은 분들이 불안을 호소하자 나기님이 하신 말씀이 기억에 남습니다. 둘이 살다가 혼자가 되는 것을 왜 불안해할까? 그건 우리 사회에서 1인가구의 삶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 1인 가구가 되어도 2인가구처럼 살 수 있다면 불안하지 않을 것이다.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유럽의 어떤 국가에선 이미 80년대에 “우리는 모두 혼자가 될 수 있다.”는 슬로건을 걸고 적극적으로 1인주택 공급에 힘썼다는 예시를 얘기해주셨습니다. 결국 혼자 살기 좋은 환경이라면 누구나 잘 살 수 있는거구나. 그게 기본이구나. 생각하지 못했던 관점이라 기억에 남습니다.
생동법과 동성혼 법제화를 통해 온전히 제 선택에 의한 가족을 꿈꾸었습니다. 그런데 간담회에 참석하고 보니 제 생각과는 좀 달랐습니다. 결혼을 하면 생활동반자 관계가 깨진다고 하니 아쉬웠습니다. 현재 결혼 가능한 헤테로 커플들은 결혼해도 친권이 유지되잖아요. (ex- 수술시 배우자가 없다면 친정 가족들이 수술 동의를 한다거나 .. ) 생활동반자법이 생기면 온전히 내가 선택해서 친정 같은 가족을 꾸리고 , 원가족과 분리 가능성이 높아질거라 생각했거든요. 그렇게 되면 원가족에게 커밍아웃을 하고 버려진다고 해도 생동법으로 새로운 가족을 선택할 수 있으니 다행이라 생각했는데 제 생각과 달랐습니다.
이 사회에 너무 많은걸 바란걸까? 싶었지만 어떤 나라에서는 이미 80년대에 적극적으로 1인가구 주택을 공급했다는 얘기를 듣고 부러움과 동시에 허무하기도 했습니다. 서구 사회에서 한참 전에 제공하고 있는 복지에 비하면 내 바람은 보잘것 없어 보이는데 왜 한국에선 이루어지지 않는건지 억울하기도 했습니다. 그사람들도 그 권리를 얻기 위해 우리처럼 목소리를 냈을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궁금해졌습니다.
해외 혼인 신고에 대한 내용도 흥미로웠습니다. 저는 중산층 계급도 아니고 결혼한 상태도 아니기 때문에 다른 세상 소식을 듣는 것 같았습니다. 혼인신고하신 분들 중, 회사에서 배우자 경조사에 대한 휴가를 인정 받기 위해 노력하시는 분이 있었는데 커밍아웃을 해도 부당해고를 당하지 않는 회사는 어떤 모습일지 상상이 되지 않았습니다. 내가 만약 결혼한다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무엇이 하고 싶을까? 생각해보았지만 잘 모르겠습니다.
현재 파트너도 없고, 생동법이나 동성혼 법제화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고 생각하며 참석을 망설였으나 다녀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진선미 의원 이후로 생동법에 관심이 떨어졌었는데 발표자 분들 덕분에 현재 진행 상황을 자세히 알 수 있어서 좋았어요. 더불어 다른 분들의 생각을 들으면서 내가 꿈꾸는 미래와 가족은 무엇인지 재고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좋았습니다. 자리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생활동반자법이랑 동성혼 법제화가 어느정도 진행된건지 궁금해서 단순한 호기심에 방문했는데 자세히 알 수 있어서 좋았어요. 사실 잘 몰라서 .. 가도 되는지 좀 부끄러웠는데 오길 잘했어요. 자리 만들어주시고 계속 오라고 추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갈길이 멀구나 싶어서 한숨도 나왔지만 … 재미있었어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