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9일 책방꼴에서는 언니네트워크의 새로운 시도로 가벼운 이야기모임인 <부치티-타임>이 열렸습니다. 회원 한 분의 의지가 담긴 DM으로 시작된 이 모임은 사실 큰 기대를 가지지 않고 4-5명만 모여도 서로에게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하고 꾸린 모임이에요. 언니네트워크에는 파트너십갈등이야기모임 <사랑과 전쟁>도 있는데 이야기할 사람이 정말 딱 5명만 꾸려지면 다양한 주제로 확장해가며 진행할 수 있다는 걸 이미 경험해본 적이 있거든요.
그런데…
트위터에서 북치고 장구치고 풍악을 울려라 아주 난리가 났더라고요. ‘-’ 본인은 부치가 아닌데 부치들 모여서 뭐 얘기하는지 보고 싶다는 분이 이렇게 많을 줄 몰랐… 아무튼 덕분에 홍보가 흥해서 당일에 무려 12명의 부치들이 모이게 되었습니다.
참가자분들도 한 분씩 들어올 때마다 움찔하는 게 느껴졌는데 이렇게까지 부치들만 모인 공간, 모임에 오는 건 정말 드문 경험이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모임을 조직한 저도 ‘오… 뭔가 대단(?)한 느낌이다’라고 느껴졌어요.
‘나는 0000 부치’ 라는 것을 채워서 자기소개하며 모임이 시작되었습니다. ‘나는 애매따리 부치’, ‘나는 F인 척하는 T 부치’, ‘나는 아웃도어형 부치’, ‘나는 생각이 많은 부치’, ‘나는 논바이너리 부치’ 등등 각자를 설명하는 시간도 재미있었습니다. 부치로서 살아온 세월, 파트너의 유무, 부치를 젠더로, 부치 수행을 젠더위반으로 얼마나 생각하는지 여부 등등 각자의 차이도 드러나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첫 모임이기도 하고 예전에도 부치 소모임의 여러가지 부침을 보아왔던 터라 고민이나 관심사가 다 같지 않다는 걸 알고 있어서 이날은 부치인 내가 부치들을 만나서 “무엇을” 이야기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는지를 나누는 시간으로 가졌습니다.
신청폼을 작성할 때 미리 받았던 관심사를 키워드별로 정리하고 이 이야기를 왜 이 모임에서 해보고 싶었는지, 내가 쓴 것은 아니지만 또 누가 이것에 관심 있는지를 나눠보는 시간이었어요.
흥미로웠던 얘기는 탈코르셋으로 오해(?)받을 때 기분이 나쁜 상황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였는데 “누구보다 코르셋 조이고 산다”, “머리스타일, 셔츠, 바지, 신발, 향수, 피부 이 모든 게 세팅된 거다”라며 많은 분들이 울분을 같이 토해주셨습니다. 🙂
1시간 반에 걸쳐 쉬는 시간 없이 쭉 이야기를 나눴고 어떤 주제를 특정하지 않고 관심사를 돌아가며 알아보는 시간이어서 지치거나 좀 정신없었을 수 있는데 많은 분들이 시간이 짧았다, 더 이야기해보고 싶다고 소감을 말해주셔서 다행이었습니다.
“나만 이런 부치인가”, “이것도 부치라서 그런 것인가”, “부치로서 받는 기대와 나의 기질은 다른데 어떻게 하나” 등등 얘기해볼 사람이 없어서 답답했던 마음은 조금 가시지 않았을까 싶네요. 다음에는 주제를 하나씩 정해서 티-타임을 이어가보려고 합니다. 많은 분들이 또 모이면 좋겠다고 해주셨으니까 또 5명만 모이면 간다-는 마음으로 ㅎㅎㅎ 다음 모임을 만들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