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재산과 가주로서의 지위가 부계혈통을 중심으로 승계되는 가부장적 절차로서 이어져온 장례는 소수자에게 자신의 삶과 관계를 이름없는 것으로 만드는 차별을 계속해서 만들어냅니다. 언니네트워크는 2023년 가부장제로부터 우리의 죽음을 지키는 법 – [탈가부장:례식] 사업을 통해 성평등과 가족구성권의 관점에서 죽음과 애도의 과정에서 맞닥뜨리는 차별을 가시화하고 이에 대응하는 다양한 방법을 찾아보고자 합니다.
언니네트워크x가족구성권연구소x사회복지연구소물결이 공동주최하는 연속워크샵 [죽음 또한, 평등해야하니까]는 ‘나’의 장례식, ‘너’의 장례식을 먼저 맞닥뜨리는 ‘우리’를 위한 시간입니다.
*각 행사제목을 클릭하면 각 행사마다의 후기를 읽어보실 수 있어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는 말이 슬프게도 익숙한 요즘입니다. 고인의 명복을 어떻게 빌어야 하는지는 잘 모른 채, 일어나버린 죽음들 앞에서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는 말을 곱씹어 봅니다.
고인의 명복은 어떻게 빌어야 할까요?
상실 후의 애도와 치유를 가능하게 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떠난 자를 기억하고, 남겨진 자를 위로하는 장례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요?
6월 17일 [죽음 또한, 평등해야하니까]의 두번째 워크샵 <장:례플릭스 – 내 장례식 영화로 미리보기>에서는 죽음과 장례에 관련한 영화를 보고 참여자들의 경험과 생각을 공유하며 ‘어떻게 애도할 것인가’, ‘누가 애도할 수 있는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1. 「잔칫날」 – 가부장:례식 이대로 괜찮은가
「잔칫날」은 한국의 전형적인 장례 문화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가부장적이고 계급화된 장례 문화 속에서 지워지는 사람들은, 죽음 앞에서 애도하고 위로받을 기회조차 가질 수 없습니다. 영화 시청 후, 자신이 겪었던 죽음과 장례식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누었습니다. 획일화된 장례 문화 속에서도 지역, 젠더, 세대 등 각자의 환경에 따라 조금씩 달랐던 장례에 대한 경험들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참여자들은 공통적으로 현재의 장례 문화는 변화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이야기하였습니다.
2. 「캡틴 판타스틱」 – 다채로운 애도를 위하여
떠난 이를 애도하는 방식은 언제부터 검은색이었을까요. 영화 「캡틴 판타스틱」은 다채로운 애도에 대한 가능성을 이야기합니다. 영화 시청 후, 내가 그리는 나의 장례식 혹은 우리의 장례식은 어떤 모습일지 상상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자신의 장례식에서는 수의를 입기 싫다는 사람, 매년 자신의 유언장을 갱신한다는 사람, 자신의 장례에서는 혈연 가족이 아니라 자신의 동성 애인이 상주가 되길 바란다는 사람… 우리의 다양함만큼이나, 각자가 꿈꾸는 장례 또한 다채로웠습니다.
그리고 죽음과 장례에 대한 우리의 바람들을 실현하기 위해서 현재로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법과 제도적으로 개선해야 할 것들과, 지금 당장 개인적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은 무엇이 있을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고인의 존재를 지우고 죽음에 대한 애도조차 기간제인 이 국가에서, 우리는 죽음에 대하여 더 많은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죽음과 떠난 이에 대한 진정한 애도가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에서, 남겨진 사람들의 삶 또한 회복될 수 있습니다.
며칠 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토우 전시회에 다녀왔습니다. 신라시대 사람들은 망자의 무덤에 자신이 만든 토우를 넣고 고인의 명복을 빌어주었다고 합니다. 어쩌면 그들은 우리보다 떠나간 이를 기억하고 애도하는 법을 더 잘 알지 않았을까요.
by 루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