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재산과 가주로서의 지위가 부계혈통을 중심으로 승계되는 가부장적 절차로서 이어져온 장례는 소수자에게 자신의 삶과 관계를 이름없는 것으로 만드는 차별을 계속해서 만들어냅니다. 언니네트워크는 2023년 가부장제로부터 우리의 죽음을 지키는 법 – [탈가부장:례식] 사업을 통해 성평등과 가족구성권의 관점에서 죽음과 애도의 과정에서 맞닥뜨리는 차별을 가시화하고 이에 대응하는 다양한 방법을 찾아보고자 합니다.
언니네트워크x가족구성권연구소x사회복지연구소물결이 공동주최하는 연속워크샵 [죽음 또한, 평등해야하니까]는 ‘나’의 장례식, ‘너’의 장례식을 먼저 맞닥뜨리는 ‘우리’를 위한 시간입니다.
*각 행사제목을 클릭하면 각 행사마다의 후기를 읽어보실 수 있어요!
6월 10일 [죽음 또한, 평등해야하니까]의 첫번째 워크샵이 열렸습니다. <장례지도사가 알려주는 장례절차 A to Z>는 장례지도사 유종희 님을 모시고 진행되었습니다. 장례지도사 유종희 님은 꽃잠이라는 스타트업으로 작은 장례식, 대안적인 추모문화를 만들어가는 작업을 해오셨습니다. (지금은 꽃잠에 안계십니다! 문의전화 ㄴㄴ!)
[기사보기]
보여주기식 아닌 ‘나만의 장례식’이 뜬다
항상 장례와 애도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보면 내가 주도적으로 장례식을 치뤄 본 경험이 없어서 내가 죽고 난 다음에 내 파트너가, 친구가 어떤 상황에 놓이게 되는지 모르겠다는 게 가장 큰 답답함이었던 것 같습니다. 분명 원가족이 가장 우선적인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아는데 그래서 그 절차에 끼어들 수 있는 여지가 있는지, 어떤 절차가 있고 어떤 결정을 해야하길래 그 결정에서 배제된다는 것이 차별의 감각과 무력감을 가져오는지에 대해서는 오리무중인 것이죠.
그래서 처음에는 ‘절차’에 대한 아주아주 상세한 설명을 해주셨습니다.
- 상조 서비스와 장례식장 서비스는 어떻게 다른지
- 상조 서비스는 인적 서비스(장례지도사)와 물적 서비스(수의, 관 등) 제공
- 장례식장 서비스는 장소제공(장례 장소의 임차)와 조문객 음식 등 제공
2. 3일장 / 무빈소 장례
- 무빈소라고 돌아가신 그 날 끝나는 게 아님
- 24시간 지난 후 염습 가능 → 화장장 예약에 따라 안치일 길어질 수 있음
3. 장례 체크리스트
- 장례용품 중 미리 준비한 것이 있는지 : 영정사진, 수의, 유골함 등
- 희망하는 장례 방법 : 매장, 봉안당, 수목장, 해양장, 산골 등
4. 3일장 장례절차
- 사망진단서 발급 : 고인 기준으로 주민등록등본 상 주소지가 적혀있어야 함!
- 장례지도사와 이야기하여 화장장 예약 (선착순이다!)
- 전체 장례 일정 상담 : 빈소 어느 정도의 공간으로 빌릴 것인지, 상복 몇 벌 필요한지, 도우미 몇 명 필요한지, 장례방식, 영정사진/수의/관 등 선택
- 빈소 차림 2일 → 3일차에 1차 장지 화장장으로 이동 → 2차 장지 (장례 방법에 따라 다름)로 이동
상조서비스에 무엇까지 포함되어 있는지를 알게 된게 속이 좀 시원했습니다. 모든 것을 다 해결해줄 것처럼 광고하지만 사실 빈소 임차료와 음식 등의 물품가격은 포함되어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이죠. 장례지도사님은 장례사업이 “예식업과 매우 비슷하다”라고 이야기하셨는데 오는 사람(조문객)의 수에 따라 식사에 대한 금액, 얼마나 큰 빈소를 해야할지가 달라진다는 점이 특히 그랬습니다. 현재 한국 평균 결혼예식 비용과 장례비용도 거의 비슷하게 1200~1500만원 정도라고 합니다.
최소로 무빈소장례로 한다고 하더라도 100~300만원 가량은 소요되며 화장장에 대한 금액도 “관내(고인이 살았던 지역)의 화장장을 이용한다면 화장 비용은 5만원, 관외 화장장을 이용한다면 비용은 100만원 가량”으로 달라진다고 하네요.
우리가 마주하는 차별
사망진단서를 발급할 수 있는 사람은 의료법으로 정해져있어서, 법 밖의 가족, 장례를 주관하고자 하는 지인은 바로 그 지점부터 차별을 맞닥뜨리게 됩니다.
의료법 제21조 (기록 열람 등)
- 환자의 배우자, 직계 존속ㆍ비속, 형제ㆍ자매(환자의 배우자 및 직계 존속ㆍ비속, 배우자의 직계존속이 모두 없는 경우에 한정한다) 또는 배우자의 직계 존속이 환자 본인의 동의서와 친족관계임을 나타내는 증명서 등을 첨부하는 등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요건을 갖추어 요청한 경우
나의 정체성을 침묵 속에 두지 않는 영정사진, 내 친구들이 ‘나’라는 것을 알고 찾아올 수 있는 부고 문자 (‘나기’라고 꼭 써줘야됨 ‘-’), 고인의 삶을 대변할 수 있는 주요한 결정권자로 상주되기, 상업적인 절차에 실려서 어어어 하다가 보내는 게 아니라 유족도 조문객도 위로받을 수 있는 애도 절차 등 우리가 고민하는 많은 것들이 있습니다.
이날 강의에서는 다양한 장례식의 예시를 보여주셔서 생각의 지평이 넓어지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누구의 장례식을 준비하시냐 물었더니 본인이라고” 이야기했다는 사례, 염습과 화장 등의 절차는 병원과 장례식장에서 하되 조문객이 고인을 추억하고 웃고 떠들 수 있게 따로 식당을 예약해서 진행한 사례, 고인이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생전의 작업을 전시하는 형태로 이뤄진 장례식 사례, 아이를 떠나 보내 당장은 경황이 없어 장례절차는 빠르게 진행했지만 시간이 지나서 추모행사를 의뢰한 사례 등 사진과 함께 설명을 들었습니다.
사전에 전달한 질문까지 충실히 응답하느라 2시간이 넘게 강의가 이어졌습니다만 아쉽게도 시간의 문제로 현장에서 참석자 분들의 소감을 듣거나 서로 이야기를 충분히 나누기는 어려웠습니다. 강사 분께서는 다음엔 8시간도 할 수 있다고 하셔서 ‘-’ 다음에 또 할 수 있기를 바라며!
설문지를 통해 받은 참가자들의 소감을 발췌하여 공유해요. 🙂
“전반적인 장례 절차와 법적인 부분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내가 나와 가족의 죽음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죽음으로 다가가는 과정에서도 내게 맞는 갈래들을 찾아갈 수 있음과 그 범위”
“결국 원가족이 아니면 할 수 있는 게 많이 없는 것 같아서 가족구성권 활동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
“퀴어로 살아가면서 국가에서 지원하지 않는 제도를 보완할 수 있는 유익한 정보였습니다!”
by 나기